
지난해 10월 우리 국가정보원이 1만 2000명 규모의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확인한 이후, 이를 줄곧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북한과 러시아가 급작스레 북한군 파병과 참전을 인정했다.
4월 26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북한 군인과 장교들은 우크라이나 습격을 격퇴하는 동안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해 전투 임무를 수행했다”며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도 일제히 북한군 파병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인정한 의도에 대해 많은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북 간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북한군 포로 송환 그리고 푸틴의 공동 전범 김정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관련해 간략히 살펴본다. 북한과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공식 인정이 지닌 법적 의미에 대한 검토는 향후 러시아와 북한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연대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러시아와 북한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합법화 구실로 삼아 북한군 파병이 정상국가 간 정당한 행위로 국제법 규범에 부합한 행동이라는 거짓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4월 28일 매체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수반의 명령에 따라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에 참전한 우리 무력 구분대들은 높은 전투정신과 군사적 기질을 남김없이 과시했다”며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우 전쟁 상황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제4조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북한군의 참전을 결정하고 러시아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은 2024년 6월 열린 러북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고, 양국이 그해 12월 4일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동 조약은 공식 발효됐다. 동 조약은 유사시에 대비한 상호 군사원조 조항을 포함하는데, 이는 조-소(북한-소련)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1961) 상 유사시 군사개입 조항을 부활시킨 것으로 김정은은 북러 관계가 “지난 세기 조소 관계 시절과도 대비할 수 없는 최고조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동 조약의 핵심에 해당하는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규정한다. 이는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 제1조의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연합으로부터 무력 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규정에 ‘유엔헌장 제51조와 양국 법에 준하여’를 추가한 것 외에는 동일한 것으로 과거 동맹관계 복원을 뜻한다.
러시아는 해당 규정을 두고 방어적 성격의 조항이라고 강변하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여 유엔헌장을 위반, ICC 규정상 침략범죄(Crime of Aggression)를 행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상 유엔헌장 제51조 자위권 행사로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고려 시, 러-우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침공해 발발한 전쟁이 아니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일어난 전쟁에 북한군이 참전한 사실 자체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이 방어적 성격의 조약이 아님을 의미한다. 즉, 침략국 러시아를 도와 참전한 북한도 공동교전국 지위를 지니므로 당연히 침략범죄를 자행한 침략국으로서 중대한 국제법 위반에 대한 책임도 회피할 수 없다.
파병 인정에 복잡해진 북한군 포로 송환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붙잡힌 북한군 리모 씨는 생포 직후 본국(북한) 송환이 아닌 한국행 희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송환을 위해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해 왔는데,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함에 따라 포로 송환 문제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등장하게 됐다. 이번 파병 인정을 통해 북한이 러시아와 함께 공동교전국 지위를 확보한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교전당사국 지위를 갖게 됨에 따라, 포획된 북한군은 전쟁포로 지위를 지닌다. 제네바 제3협약(1949) 제118조 1항은 교전당사국에게 적대행위 종료 후 포로 석방 및 송환 의무를 부과하므로 우크라이나는 적대행위 종료 후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포로 개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강제 송환하는 것도 국제인권법상 취지에 어긋난다.
과거 6·25 전쟁 당시, 송환을 거부하는 포로들이 대거 발생함에 따라 그 처리를 두고 논란이 발생한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52년 12월 유엔총회는 결의를 채택했는데, 포로의 본국송환 거부 상황은 분단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이례적인 사례였다. 제네바 제3협약에 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석서(1960)도 6·25 전쟁 당시 포로 송환 방식이 제118조의 적용 관련 선례가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이란-이라크전, 걸프전 등 무력 충돌 시 포로들의 송환 거부가 이어지자, ICRC는 포로의 자발적 의사를 존중해 후속 관행을 반영한 제3협약 주석서(2020)에서 “제118조에 명시적인 예외 규정은 없지만, 포로가 본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실질적인 위험에 직면한 경우 송환 의무는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이는 북한군 포로들이 송환을 거부하고 한국행 희망 시, 포로 송환 의무 예외는 국제법에 따라 정당화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러-우 전쟁 종전과 함께 이뤄질 전쟁포로 교환에 북한군도 공식 포함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군 포로 본인 의사를 강조하며, 국내 송환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나,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러시아가 종전 협상 과정 시, 북한군 포로 송환을 조건으로 제시한다면 여러 변화가 따를 수 있다. 북한이 파병을 인정한 상황에서 자국 포로의 한국행을 강하게 반대한다면, 러시아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민 포로 교환을 포기하면서까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우선시해 지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러시아와 북한의 북한군 파병 공식 인정을 하지 않았던 이전에 비해 우리 정부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상황 요인에 해당한다.
푸틴 공동 전범 김정은의 ICC 제소 가능성
북한과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ICC가 김정은을 푸틴과 함께 전쟁범죄 공범으로 제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CC는 2023년 3월 푸틴에 대해 전쟁범죄 위반 등 혐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듬해 9월 BRICS Plus 정상회의 계기 푸틴의 몽골 방문 시, ICC는 회원국 몽골의 푸틴 체포 및 인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몽골은 국가원수 면책특권을 이유로 푸틴을 체포하지 않았고, ICC는 몽골의 ICC 체포 및 인도 요청 불이행 관련해 당사국 총회 회부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도 전쟁범죄, 인도에 반한 죄 등을 범할 가능성이 크다.
ICC가 규정한 침략범죄는 전쟁의 최고지도자에게 침략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러-우 전쟁으로 북한이 러시아의 불법 침략에 개입하게 됐고, 북한군은 침략행위를 자행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침략범죄는 러시아 및 북한이 ICC 규정 당사국일 경우 처벌이 가능한 점과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요구하는 등 분명 한계가 있다.
국가정보원은 러시아 파병 북한군 가운데 총 4700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한 뒤 처음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회의를 개최(4.29), 북한의 불법적인 파병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함에 따라, 북한은 러-우 전쟁의 공동교전국 지위를 갖게 됐다.
북한군 포로 송환의 한국행은 더욱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북한군 포로가 북한으로 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국제법의 예외 조항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행 송환 추진을 위해서는 초당적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더욱 긴요해졌다. 이와 함께 푸틴 공동전범 김정은의 ICC 제소와 관련해 러-우 전쟁 종전 협상 과정과 향후 종식 시점의 외교‧안보 지형에서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전방위적 압박을 위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옵션에 대한 총체적 고민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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