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 일부를 몰래 가동한다는데, 어떤 전기를 이용해서 공장을 가동하는가”라는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문이 있었다.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인근 수력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안다”라고 답변했으며, 이는 예성강청년수력발전소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예성강청년발전소에는 1호부터 6호까지 6개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실이 있다. 이 중 3개 시설에 대해서 북한이 유엔으로부터 탄소배출권 시설물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탄소배출권을 외국에 돈 받고 팔아서 수익을 봤다는 실제 거래 사례는 전해지지 않는다. 고해상 위성사진을 이용해서 예성강청년발전소 현황을 살펴보고, 북한의 탄소배출권 거래 문제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개성공단 위쪽에는 가까운 곳에 예성강이 있다. 예성강에는 황강댐의 1호 발전소에서부터 황해북도 토산읍, 평산군, 금천군에 걸쳐서 넓은 지역에 6호까지 6개의 수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6호 발전소까지는 직선으로 25㎞ 거리이다. 예성강물은 황해북도 수안군 언진산에서 발원해서 황해남도 배천군과 개성시 개풍군 사이에서 강화만으로 흘러가 한반도 서해로 빠져나간다.

황해북도 토산군 황강리에 황강댐이 있다. 장마철이면 북한이 이곳 댐의 저수지 물을 우리 측에 통보도 없이 무단 방류해서 하류의 임진강 유역에 사는 남한 주민들에게 침수 및 유실 등 인적, 물적 피해를 주곤 했다. 여름이면 임진강 하류 물난리를 우려하는 우리 언론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문제의 댐이다.
황강댐은 이름 자체가 혼란스럽다. 이곳을 지나는 물은 임진강인데, 임진강댐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명이 ‘황강리’라서 우리는 황강댐이라고 부른다. 반면, 북한에서는 저수지 물이 유역 변경식으로 서쪽으로 흘러서 예성강 본류와 합친다고 ‘예성강댐’이라고 칭한다. 황강댐에 예성강청년 1호 발전소가 있다. 1호 발전소는 4만㎾ 용량이고, 2008년에 완공됐다. 2호는 2010년, 3호는 2017년에 준공됐다.

북한이 황강댐 물을 서쪽 예성강 방향으로 유역을 변경해서 수력발전에 이용하다 보니 임진강에는 오히려 유량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황강댐에서 시작된 6개 예성강청년수력발전소 중에서 4호는 2014년에, 5호는 2018년 12월에 준공됐고, 6호는 2010년에 완공됐다.
예성강청년수력발전소 중에서 1호, 2호 및 6호는 김정일 시대인 2011년 이전에 건설된 것이고 나머지 3호, 4호 및 5호는 김정일 사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이후 건설된 예성강청년발전소 3호, 4호 및 5호를 포함해서 6개의 수력발전소 시설에 대해 유엔에 탄소배출권 승인 신청을 했다. 유엔으로부터 타당성 확인 절차가 모두 끝나서 승인이 최종 완료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획득했다는 친환경 시설 탄소배출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봤다.
◆북한 수력발전소 탄소배출권과 실제 거래 사례
탄소배출권(Carbon Emission Rights)이란 지구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국제연합(UN)이 정한 제도이다. 제도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국제협약인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 방안으로 교토의정서를 발의하면서 실시됐다. 내용은 유엔이 국가별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고, 그보다 많이 배출한 경우 타국에서 권한을 사 오거나, 적게 배출한 경우 타국에 돈을 받고 팔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북한은 2011년 2월부터 체코의 에너지 회사를 통해서 예성강청년수력발전소 3호, 4호 및 5호, 함흥 1호 수력발전소, 금야발전소, 백두산선군청년 2호 발전소 등 모두 6곳의 수력발전소를 유엔기후협약이 인정하는 친환경 시설물로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이 유엔에 신청한 탄소배출권 시설물 승인은 2012년 말에 모두 완료됐다고 한다.
북한이 6개 친환경 시설물인 수력발전소를 통해 1년에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가 약 20만 톤이며, 이를 탄소배출권(Carbon Credits/CERs)이라는 단위로 타국의 공해를 배출하는 기업과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다른 나라와 탄소배출권을 공식적으로 거래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북한이 탄소배출권 거래 실적이 없는 이유와 배경을 살펴보면, 첫째로는 북한이 국제사회 제도와 관습에 호응하고 협조하는 참여도가 미비하다. 실제로 북한이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CDM 등)에 참여하거나, 인증된 프로젝트를 등록한 사례는 없다. 둘째는 기술적, 제도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에는 배출량 측정, 인증, 등록 등의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 북한은 이러한 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맞지도 않고, 나아가 외부 감시와 통제를 받는 것에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셋째로는 제재 및 정치적 문제이다. 북한은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외화 획득 수단으로서의 탄소배출권 거래조차도 금융 제재 등의 장벽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
요약하면, 북한이 수력발전소 탄소배출권을 다른 나라에 돈 받고 팔 수 있으려면, 거래 시스템이 국제 기준에 맞아야 하며, 투명한 절차 속에 외부 감시와 조사도 받고, 국제사회 정상적 일원으로서 상호 신용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폐쇄사회인 북한이 친환경 시설물인 발전소에서 얻은 탄소배출권을 실제로 국제 거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