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국제노동절(5월 1일) 직후 조선직업총동맹(이하 직맹) 조직에 정치사업자료를 배포하며 노동자들에게 ‘증산’과 ‘절약’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올 연말 8차 당대회 총화(평가)를 앞두고 목표 달성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일리NK는 이달 초 직맹 조직에 하달된 두 쪽 분량의 정치사업자료를 입수했다. 해당 자료에는 ‘증산절약투쟁’, ‘애국심의 발현’ 등 선전·선동 구호가 빽빽하게 담겼다.
북한 당국은 국제노동절을 맞아 노동자들에게 이틀간의 휴식일을 보내게 한 후 지난 3일부터 직맹원들을 대상으로 정치학습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에게 휴식이라는 당근을 제공하고 이후 곧바로 목표 달성을 다그치는 채찍을 가한 셈이다.
정치사업자료에는 증산을 위한 ‘모범 따라 배우기’가 강조됐다. 김일성 시대인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의 천리마 운동을 언급하며 “강선제강소에서 수백 도씨에 달하는 로(爐)에도 앞다퉈 뛰어들었던 용해공들의 투쟁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또 “당의 요구가 곧 우리의 기준량”이라며 “기존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과제를 스스로 안고 기적을 창조하자”고 호소했다.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 하더라도 당이 세운 기준이라면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다만 정치학습에 참여한 직맹원들은 과거의 사례를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것 자체가 당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세멘트(시멘트) 창고 바닥에 깔개를 깔아 자재 낭비를 해결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건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의 일”이라며 “내용도 사례도 수십 년째 변하지 않아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정치학습이 ‘아무 영양가도 없는 쓸모없는 짓’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올해 초 증산과 절약을 독려하기 위해 주민들이 서로 성과를 공유하며 결의를 다지는 ‘지상연단’이라는 표제의 캠페인성 특집기사를 연재한 바 있다.
주민들이 경험한 사례를 투고 받아 신문에 싣는 방식인데, 이를 두고서는 ‘선전할 만한 사례를 찾기 힘들어 독자 투고까지 받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은 ‘창고 밑바닥에 조금 소실되는 걸 막았다고 큰 변화가 있을 것처럼 떠드는데 그것은 새 발의 피고, 그보다는 자재를 다루는 이들이 빼돌리는 것이나 잘 단속하는 게 중요하다’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사업자료에는 “산도 옮기고 바다도 메우는 기적을 끊임없이 창조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이 실려있는 만큼 ‘1호 말씀 관철’을 독려하는 이 같은 정치학습 및 강연회가 9차 당대회를 목전에 둔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