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김정은 지시 후…올해도 봄밀·보리 재배 22.3% 증가

2021년 김정은이 “식량난 해결을 위해 알곡 생산 구조를 바꿀 것”을 지시하면서 북한은 강냉이 대신 2모작이 가능한 밀과 보리를 밭에 심을 것을 장려하며, 재배면적을 늘려나갔다. 주민들은 중앙당 방침에 따라 재배를 늘리고 있지만, 밀과 보리는 종자 선별에 품이 많이 들고 생산량도 낮은 데다 토양 산성화 우려 때문에 일선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촬영한 위성영상을 이용해서 북한의 봄밀, 보리 재배 실태를 살펴봤다. 북한 곡창지대 3곳을 표본지로 선정하고 지난해와 올해 재배 면적 변화를 비교 평가했다. 평양시 두루섬, 평안남도 개천시, 황해북도 사리원시 표본 지역에 대해서 위성영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봄 밀과 보리가 지난해보다 면적이 평균 22.3%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시 두루섬 봄밀, 보리 재배

평양시 두루섬에 봄밀·보리 재배가 한창이다. 사각형의 연두색 식생이 푸릇푸릇 자라는 것은 밀이나 보리를 재배하는 것이다. /사진=센티넬-2B 및 2C

북한 곡창지대 표본지 하나인 평양시 두루섬에 대해서 밀과 보리 재배 실태를 위성영상으로 살펴봤다. 평양시 낙랑구역에 있는 두루섬은 대동강 가운데에 있으며, 서울 여의도와 같이 강에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하중도이다. 퇴적물 형성으로 만들어진 땅이기에 토양이 비옥해서 농업용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입지이다. 두루섬에 있는 협동농장 비닐하우스는 재배작물을 주로 평양시에 공급하는 채소 공급처 역할을 한다.

유럽우주청(ESA)의 센티넬-2B와 2C 위성이 최근 촬영한 영상에서 평양 두루섬에 봄밀·보리가 한창 푸릇푸릇하게 자라는 것이 연녹색으로 식별된다. 두루섬에 푸르른 식생이 직사각 형태로 군데군데 퍼져서 섬 전체에 넓게 자라는 것이 포착된 것이다. 야생 잡풀과는 다른 규격화된 모양을 갖추고 있다. 식생이 사각형으로 밀생하는 것은 사람이 인위적으로 규격에 맞춰서 가꾸고 재배한다는 것이다. 들이나 산에 아무렇게 자라는 잡풀은 형태가 일정치 않고 틀 안에서 밀생하지도 않는다. 겨울 지나고 이른 봄에 논이나 밭에서 식생이 자란다면, 이는 봄밀이나 보리를 재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위성사진에서 평양 두루섬에 자라는 연두색 식생이 밀이나 보리라고 보는 것이다. 봄밀과 보리는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심고, 주로 늦봄에서 초여름에 수확한다.

지난해와 올해 같은 날 촬영한 위성영상을 분석해서 밀, 보리 재배지를 추출하고 노란색으로 나타냈다. 분석 결과, 평양시 두루섬에 밀과 보리가 지난해보다 올해 재배면적이 10.5ha (26.9%) 늘었다. /사진=센티넬-2B·2C 분석

지난해와 올해 촬영한 위성영상을 이용해서 평양시 두루섬의 봄밀·보리 분포와 재배 실태를 분석하고 비교했다. 위성자료는 다행히도 지난해와 올해 4월 초 같은 날 촬영한 것을 사용했다. 위성영상 분석에는 식생지수(NDVI;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처리기법을 이용해서 녹색의 식생 지역을 분류 및 추출하고, 노이즈 등 에러를 제거하는 세부 보정 과정을 거친 다음 최종적으로 재배면적을 산출하고 통계표를 만들었다.

분석 결과, 평양시 두루섬의 밀과 보리는 지난해인 2024년 39.1ha에서 올봄에는 49.6ha로 10.5ha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26.9% 늘어난 것이다. 북한이 밀과 보리 재배를 늘리고, 생산을 높이는 데에 치중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평안남도 개천시 용진동 영상분석 결과

올해 평안남도 개천시 용진동에서는 밀과 보리가 지난해에 비해 면적이 6.9ha (12.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센티넬-2B·2C 분석

동일한 방법으로 위성영상 식생지수 분석기법을 이용해서 지난해와 올해 평안남도 개천시 용진동 일대를 살펴봤다. 봄밀과 보리의 재배지가 지난해 57.4ha에서 올해는 64.3ha로 늘어나 면적이 6.9ha(12.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성사진에서 65호선 국도가 경작지를 가로질러 지나는 게 보이고, 평안남도 순천시와 자강도 만포시를 연결하는 만포선 철길이 나란히 옆으로 지나는 것도 식별된다.

◆황해북도 사리원시 정방리 영상분석 결과

황해북도 사리원시 표본지에서 올해 밀, 보리가 지난해에 비해 24.1ha가 늘어 면적이 27.0% 증가했다. /사진=센티넬-2B·2C 분석

황해북도 사리원시 정방리 일대에 대해 위성영상 식생지수 분석기법을 이용해서 밀과 보리의 재배실태를 살펴봤다. 밀과 보리가 지난해 89.3ha에 비해 올봄에는 113.4ha를 재배하여 24.1ha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면적이 22.3% 증가한 것이다.

◆표본지 분석 종합평가

지난해와 올해 같은 날 촬영한 센티넬 위성영상을 이용해서 북한의 곡창지대 표본지에 대해 밀, 보리 재배 실태를 분석하고 비교한 결과를 종합하면 아래 표와 같다.

표본 지역

2024년

2025년

증 감

비 율

평양 두루섬

39.1ha

49.6ha

10.5ha↑

26.9%↑

평남 개천시

57.4ha

64.3ha

6.9ha↑

12.0%↑

황북 사리원시

89.3ha

113.4ha

24.1ha↑

27.0%↑

 

185.8ha

227.3ha

41.5ha↑

22.3%↑

평양시 두루섬, 평안북도 개천시, 황해북도 사리원시 3곳에 대해 표본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올봄 밀과 보리의 재배가 41.5ha 늘었고, 면적이 22.3%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RFA(자유아시아방송) 4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양강도 등 북부 지역에서는 겨울철 냉해와 가뭄으로 밀과 보리농사가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2021년 9월에 있었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은 밀·보리 농사를 강조하면서 종자 개량에 힘을 집중하고 밀·보리 파종 면적을 기존의 배로 늘릴 것을 지시하였고, 북한은 기존에 강냉이를 심던 밭을 밀, 보리밭으로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RFA에 따르면 이에 대해 주민들은 “식생활문화를 개명해야 한다는 지도자 방침 때문에 밀, 보리를 심는 것이지 실제로 강냉이보다 밀, 보리가 소출이 높고 좋다는 확신은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이메일 : chungsh10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