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인민반이 쓰레기 처리를 명목으로 주민들에게서 현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부담이 늘어난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18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최근 함흥시의 한 인민반이 쓰레기 처리를 명목으로 주민 세대당 현금 3만 5000원(북한 돈)씩을 거뒀다”면서 “생계난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주민들에게 이러한 세외부담은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에서는 한 쓰레기장을 여러 인민반이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인민반별로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각 인민반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차례가 오면 해당 인민반 주민들이 쓰레기 운반 차량에 쓰레기를 싣는 일에 동원되는 것은 물론, 쓰레기 운반 차량의 기름값 등 부대 비용도 알아서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쓰레기를 처리할 차례가 된 함흥시의 한 인민반은 세대별로 3만 5000원의 현금을 거둬 쓰레기 운반 차량 임대와 기름값, 운전기사 식사비 등에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세대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세대별로 할당된 현금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돈을 내지 못한 세대들의 몫은 인민반장이나 형편이 좋은 인민반 다른 세대들이 일단 맡아서 대신 내고, 나중에 해당 세대들로부터 돌려받는 식으로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고 각 세대에서 낼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인민반에서 세외부담 방식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일은 북한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로 경제적 어려움이 점점 심해져 세외부담을 지우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식통은 “3만 5000원이면 시장에서 쌀 4kg 정도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주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면서 “생활이 어려운 가정일수록 세외부담을 더욱 부담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쓰레기 처리에 하루 종일 동원돼야 하는 것에도 큰 불만을 품고 있다는 전언이다. 먹고살려면 그나마 나가서 장사라도 해야 하는데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에 동원되면 장사조차 하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쓰레기 처리에 동원된 인민반 인원을 보면 거의 다 여성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주인 남성들이 직장에 출근하고 나면 쓰레기 처리는 자연스레 여성들이 도맡게 되는데, 이들 여성 대부분이 생계를 위해 장사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주는 건 하나도 없는데 내라는 것만 자꾸 늘어나는 현실에 여성들의 어깨만 무거워지고 있다”며 “오죽했으면 ‘짐승도 먹이를 주지 않고는 부릴 수 없는데 우리는 먹이를 주지 않아도 하라면 해야 하니 짐승보다 못한 셈’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