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북한은 단계적으로 남북 간 육로를 단절하는 조치를 연달아 취해 왔다. 2023년 11월 경의선 도로 주변 지뢰 매설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하고, 이어서 경의선 철로 및 상판을 제거했다. 지난해 말에는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을 철거하고 전깃줄까지 걷어갔으며, 도로상에 장갑차량의 진입을 막는 장애물까지 설치했다.
구글어스에서 최근 촬영된 개성공단 일대의 화질 좋은 고해상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구글어스 자료를 바탕으로 개성공단 연결도로에서 일어났던 그간의 상황과 현황을 살펴봤다.

한국전력공사 그룹사인 한전KPS가 2017년 1월 파주-개성공단 간 16km 구간에 모두 48기의 송전탑을 완공했는데, 그중 15기가 북측에 있었다. 경기도 파주 문산변전소에서 전기를 송전탑을 통해서 보내면 개성의 평화변전소가 받아서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최근 위성사진을 보면, 북측 구간에 설치된 송전탑 15기 중 현재 4기(1번~3번, 15번)만 남고, 나머지 11기(4번~14번)는 모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전탑 번호는 편의상 개성공단 평화변전소에서부터 1번부터 15번까지 일련번호를 붙인 것이다. 송전탑이 수백m 간격으로 사천강을 가로질러 군사분계선(MDL)에서부터 개성공단까지 5km 구간에 걸쳐 설치됐던 것인데, 현재는 2/3가 넘게 사라졌다. 송전탑 전깃줄까지 북한이 걷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군사분계선 이북 첫째인 15번 송전탑은 철거되지 않고 남았는데, 2025년 2월 북한군이 송전탑에 올라가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모습이 우리 군 당국에 의해 포착됐다. 15번 송전탑은 북한이 우리 군 대응과 움직임을 파악하는 대남 감시용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그해 2월부터 개성공단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후 공급이 일부 재개됐다가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부터는 전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군사분계선 이북 경의선 일대에서 북한군 수 명이 투입돼 송전탑과 송전선을 제거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 구글어스 위성사진에서도 송전탑이 철거된 모습이 확인된다.
확대 위성사진을 보면, 2020년 11월까지만 해도 12번 송전탑이 희미하게 식별되고 도로를 따라 가로등이 설치된 게 보이는데, 최근 위성사진에는 송전탑을 포함해서 가로등까지 모두 철거돼서 사라지고 없다. 어딘가의 토목 공사에서 북한이 재활용하려고 송전탑 철골 구조물과 전깃줄 및 가로등 자재까지 모두 걷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에서는 사천강을 가로지르는 260m 구간에서 북한이 철로 레일을 철거하고 상판까지 걷어갔다. 휑뎅그렁하니 교각 24개만 남았다. 철마는 신의주까지 내처 달리고 싶어도 북한이 철길을 끊어놔서 사천강을 건너갈 수가 없게 됐다.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도로에 북한이 2024년 11월 장갑차량 진입을 막는 장애물을 설치했다. 토산 장애물 주위로는 해자를 둘러 설치하고 물을 가뒀다. 해자 둘레는 360m이고, 폭은 8m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300m 위쪽에 북한이 대전차 지뢰를 매설했다. 위 사진 속 노란색 점선 원 안 90m 길이의 도로 구간이 그곳이다.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에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하고 지뢰를 매설하고 대전차 장애물을 설치하는 등 최근 1~2년간 일련의 도발 행위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지난해 말 북한 최정예 폭풍군단을 파병하기에 앞서 남한 도발을 우려해서 북한이 취한 방어 조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여러 차례 북한이 김여정의 가시 돋친 말을 빌려서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남한을 크게 혼내 줄 듯 엄포를 놓고 위협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심으로는 남한의 앞선 기술과 국방력을 두려워해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허풍을 쳤던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