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인접해 있는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최근 TV 채널 고정 여부와 외부 콘텐츠 시청에 대한 검열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은 “최근 해주시에서 20대 청년 2명이 가정에 설치된 TV로 남조선(남한) 방송을 시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해남도 내 여러 지역에서 불순녹화물 시청과 TV 통로(채널) 고정 여부에 대한 단속과 검열이 강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해주시에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외부 콘텐츠 시청이나 유입과 유포 행위를 단속하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이하 반사·비사) 그루빠 성원들이 인민반 세대를 돌면서 TV 채널이 고정돼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 해주시의 20대 청년 2명이 반사·비사 그루빠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앞서 2월 말 한 집에서 새로 구매한 TV로 함께 방송을 시청하던 중 호기심에 채널을 돌리다 한국 방송 수신에 성공했고, 이를 둘만 공유하고 있다가 집에 다른 가족들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몰래몰래 며칠씩 한국 방송을 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 방송을 시청했다는 사실은 둘 중 1명이 술자리에서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이 본 한국 방송 내용을 무심코 말해 탄로 나게 됐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반사·비사 그루빠에 리를 신고한 것이다.
결국 두 청년은 체포됐고, 현재 시(市) 안전부에 구류된 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TV를 새로 구입하면 남조선 채널이 안 잡히도록 채널부터 고정시키도록 규정돼 있지만, 황해남도는 남조선 방송 통로가 잘 잡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고정을 해제해 남조선 방송을 볼 수 있다”며 “이 청년들도 호기심에 통로 고정을 해제하고 남조선 방송을 시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정에서 TV를 이용해 한국 방송을 시청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외부 콘텐츠 이용과 TV 채널 고정 여부에 대한 검열이 한층 강화된 상태다.
소식통은 “3월 초부터 TV 통로 고정에 관한 검열이 한 달 내내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TV로 남조선 방송을 시청한 사건이 발생해 그루빠 성원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인민반 세대를 돌며 TV 통로가 고정돼 있는지 살펴보고 USB나 쥐카드(SD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지도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달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황해남도 옹진군과 양강도 혜산시에서 TV 채널 고정 여부에 관한 보위기관의 검열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남북·북중 접경 지역서 TV 통로 고정 여부 대대적 검열)
이런 가운데 한국 방송 시청으로 체포된 해주시의 청년들은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식통은 “단순한 경고로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라면서 “가뜩이나 검열이 이뤄지고 있던 상황에서 남조선 방송을 보다 적발된 만큼 두 청년은 시범뀀으로 지목돼 교화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2020년 12월 외부 정보 유입 차단을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는데, 해당 법 제33조는 TV와 라디오, 컴퓨터 등 전자 및 전파 설비의 이용 질서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단련형에 처하며 정상이 무거운 경우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식통은 “요즘 젊은이들은 어디서 나오는 배짱인지 단속이 살벌하게 이뤄지는데도 남조선 영상을 본다”며 “아무리 단속이 강화돼도 청년들은 어떻게든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