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 문화 유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이 주민들의 TV 통로(채널) 고정 여부에 대한 검열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4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황해남도 옹진군과 양강도 혜산시 보위부는 주민 세대를 돌며 TV 채널 고정 여부를 검열하고 있다. 이는 앞서 ‘3월 한 달 동안 주민 세대의 TV 통로 고정 여부에 대한 불시 검열을 진행하라’는 국가보위성의 지시가 내려진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국과 중국 방송을 몰래 시청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긴급 검열 지시가 내려졌다는 것으로, 특히 방송 전파 수신이 가능한 황해남도와 양강도 등 남북, 북중 접경 지역에서 집중적인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미디어 기기를 통해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기관에 등록되지 않은 전자제품의 사용을 일체 금지하고, 적발 시에는 엄중 처벌을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17조(TV, 라디오를 통한 시청, 유포 금지)는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TV, 라디오 통로를 고정하지 않거나 고정해 놓은 것을 해제해 불순출판선전물을 시청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법 제33조(전자, 전파설비 이용질서 위반죄)는 “TV, 라디오,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 전파설비 이용질서를 어긴 자는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TV를 새로 구매하면 반드시 보위기관에 알려야 한다. 그러면 보위기관 관계자들이 나와 TV 채널을 물리적으로 고정해 놓고 ‘27국 도장’이 찍힌 스티커를 TV에 부착한다. 이렇게 TV 채널을 물리적으로 고정해두는 것은 주민들이 조선중앙TV와 같은 허가된 채널만 볼 수 있도록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재 옹진군, 혜산시 보위부는 임의의 시간에 임의의 주민 세대에 들이쳐 주민들이 사용하는 TV에 이 27국 도장이 찍힌 스티커가 붙어있는지, 스티커가 붙어있더라도 고정해 놓은 것이 해제돼 있지는 않은지 일일이 확인하는 식으로 검열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중국 방송 전파가 잡히는 황해남도나 양강도 같은 남북, 북중 접경 지역 주민 중에는 고정을 해제하거나 등록되지 않은 미디어 기기로 몰래 외부 방송을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위부가 불시 검열을 통해 이 같은 주민들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옹진군, 혜산시 주민들은 바짝 긴장해 있다고 한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 걸리면 노동단련대는 물론 심하면 강제 추방도 될 수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추방 가면 낯선 환경에서 살아갈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 보위부, 안전부 등 권력기관 간부 세대는 이런 검열에서 자유로워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양강도의 한 군당 일꾼이 사적인 자리에서 ‘중국 통로를 봐야 광고밖에 안 나온다’고 발언했다가 분위기가 일순간 싸해진 적이 있다”며 “권력기관 간부들이 통로를 돌려서 중국 방송을 아무렇지 않게 본다는 이야기라 주민들은 ‘이런 검열이 권력기관 간부 세대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며 비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