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동기훈련을 마무리한 가운데, 일부 군단을 대상으로 훈련 평가에 대한 전산화 체계를 시범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군 내부에서는 훈련 판정을 전산화하면서 기존보다 기준이 명확하고 결과가 신속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軍) 내부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이번 1기 훈련(동기훈련) 판정이 지난달 19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됐다”며 “인민군 총참모부 전투훈련국은 이번 판정에서 일부 군단과 병과에 대해 전산 체계로 훈련 내용을 강평(평가)했다”고 말했다.
매년 12월 1일에 시작되는 북한군의 정례적인 동기훈련은 이듬해 3월 31일에 종료된다. 훈련 평가는 보통 3월 중순부터 말까지 진행되는데, 올해는 일부 부대에 한해 전산 체계에 기반한 평가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총참모부 전투훈련국이 전산 체계로 훈련을 평가한 부대는 최전방 부대인 1군단과 중부 지역에 주둔하는 8군단, 후방의 3군단이었으며, 이 중에서도 정황기록수(상황병)와 무선수(무전병) 등 전문 병과를 대상으로 전산 체계에 따른 평가가 이뤄졌다.
각 지역별 대표 군단이 시범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지리적·작전적 특성이 다른 부대들이 각각의 환경 속에서도 동일한 훈련 평가 시스템 적용이 가능한지를 점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특히 정황기록수와 무선수의 경우 훈련 성적을 1·2·3·무급 등 객관적 지표로 평가하기 때문에 기준이 명확하고 결과를 수치화하기 쉬워 이 같은 병과에 전산 평가 체계를 시범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8군단 정황기록수와 무선수의 경우 ▲장애전신음 해독 수신 ▲송신타건 ▲기재조작 ▲정황 발생 대응 조치 등 여러 과목에서 평가를 받았다.
본래는 각 부대 지휘관들이 수기로 강평 기록서를 작성하고 이를 상급 참모부에 상달해 최종적으로 총참모부가 평가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내용 조작이나 성과 부풀리기, 수기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 총참모부가 최종 평가를 내리기까지 통상 1~2주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올해 전산 체계로 평가한 데 따르면 각 부대에서 입력된 평가 내역이 총참모부 전투훈련국 중앙 서버에 실시간으로 전송돼 즉각적으로 평가 결과가 취합됐다.
소식통은 “이번에 도입된 훈련 평가 전산화 체계에는 자동 저장, 입력 시각 기록, 수정 제한, 이중 전자서명 기능이 포함돼 있어 기존 수기 방식에서 자주 발생했던 ‘성과 조작’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며 “특히 결과 입력이 가능한 단말기 수와 접속 시간이 제한돼 있어 공정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더욱이 각 부대들은 이번 훈련 평가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상부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 훈련 판정은 영상으로도 이뤄졌다”며 “훈련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중앙에 제출하면 중앙에서 일부를 무작위로 추출해 훈련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이중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부대 지휘관들의 훈련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검토하기 위해 훈련 동영상까지 첨부하도록 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훈련 평가가 전산화되면서 군인들도 긴장감을 가지고 훈련에 임했다는 전언이다.
8군단 일부 군인들 사이에서는 “신호 하나만 놓쳐도 감점되는 구조라 손에 땀을 쥐었다”, “자동화된 평가 체계의 엄정함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각 평가 항목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곧바로 중앙 전산망에 기록되는 방식이어서 특급수나 1급수 병력들도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