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러-우전쟁에서 러시아군 지원을 위한 북한군 파병설이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 소식통에 따라 보도된 후 여전히 러시아와 북한 당국은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미 예상되었듯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러-우전쟁 종전 협상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 가운데, 최근 우크라이나군과 전투 중에 쿠르스크 전선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 귀순 의사를 밝혔다.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북한군 참전과 관련한 인권침해 실태가 사실이라면, 러시아 파병 북한군 관련 문제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며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human rights)의 측면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문제를 중심으로 국제인도법 및 인권법 차원에서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인권의 가치를 제고해 본다.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희망 의사 표명
최근 한 국내 언론은 우크라이나군이 2월 9일 생포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리모 씨와 백모 씨 등 2명을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서 인터뷰하고 이 내용을 보도하였다. 이들은 북한군에서 각각 10년·4년 복무하다가 지난해 10~11월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된 정찰‧저격수로 알려졌다. 인터뷰에서 리 씨는 포로 송환 자유의사 관련해 “80%는 결심했다…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다”라고 했고, 백 씨는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해 한국행 송환 가능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얄타유럽전략(YES) 특별회의’ 초청 계기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던 중 키이우 인근에서 전쟁포로로 수감 중인 이들을 2월 25일 면담하였다.
국제사회의 북한군 포로 문제 관련 동향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에 있어 일종의 선결 요건과도 같은 포로 본인 의사에 따라 한국행 희망 시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추진 방안 등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한국 외교부는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 원칙과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한 상태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HUR)은 북한군 포로 한국행 의사 표명에 있어 한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조하며 송환이 가능하다고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 역시 유사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국제난민협약 및 고문방지협약상 강제송환금지 원칙(non-refoulment) 등 국제법‧국제인도법(IHL)의 엄격한 준수를 촉구하였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등 인권 전문가들도 북한군 포로 한국행이 수용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북한군 포로는 김정은 정권의 또 다른 인권침해 피해자로 한국 망명 의사가 전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법상 강제송환금지 원칙(non-refoulment)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는 국제법상 ‘전쟁포로’와 관련된 사안으로써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 차원에서 검토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제네바 협약상 전쟁포로는 본국송환이 원칙이나, 북한군 포로의 경우 북한이 자국군 참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일단 러시아 송환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 이후 포로의 본국 송환 시 심각한 인권침해가 우려될 경우에 포로가 희망하는 곳으로 송환한 사례가 있으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포로의 자발적 의사를 존중해 이를 따르는 자유 송환이 관행이 되고 있다. 북한인권백서, 북한인권보고서 등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 사례들을 보면, 북한에서는 남한행을 시도한 탈북민은 중범죄자로 취급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 귀순 의사를 표명했던 점은 북한으로 송환된 이후 가중처벌 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으며, 정치범으로 간주될 경우 재판 없는 사형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러-우전쟁 참전은 제네바 제3협약(포로대우협약) 관련해 국제인도법의 존재 의미 내지 중요성을 한층 부각해 주었다. 국제인도법의 주요 연원으로는 1949년 제네바에서 채택된 4개 협약과 1977년 2개 추가의정서가 해당되는데, 참전 북한군의 경우에도 국제인도법의 적용을 받아 준수해야 한다. 제네바 제1협약은 군대 구성원으로서 부상자 또는 병자의 인권 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차별 없는 인도적 대우와 간호, 생명에 대한 위협 또는 신체에 대한 폭행 금지, 살해‧몰살‧고문 또는 생물학적 실험 금지, 치료 또는 간호 제공 없는 고의적인 방치 금지, 전염 또는 감염에의 노출 상태 조성 금지를 명시(제12조)한다.
다만, 제네바 제1협약은 모든 부상자와 병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버리고 전투행위를 중지한 자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이 규정에 해당하는 참전 북한군이 존재하는지, 이들이 제1협약상 금지하는 인권침해를 당하였는지는 정보의 제약상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북한 군인들이 참전 과정에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떤 인권침해를 당하였는지의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북한군 포로 조사를 통해 상당 부분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러-우전쟁 참전 관련 인권 문제는 참전 군인을 포함해 그 가족들과도 연계, 즉 정보접근권 침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만약, 북한군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파병이 이뤄졌을 시 비자발적 가족 분리에도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군대의 인권침해 제기도 가능할 것이다. 책임규명(accountability) 관련해 기존의 북한인권 논의가 북한 내에서 발생한 북한주민 대상 반인도범죄 논의가 주였다면, 이번 북한군의 러-우전쟁 참전은 제3국에서 발생한 외국인 대상 전쟁범죄 검토 필요성으로 책임규명 영역에서의 논의 확장이 가능한 지점이 있어 보인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에게는 국제인권법도 적용되는데,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하면서 도망하는 병사들을 현장에서 사살하기 위한 목적에서 처형조를 함께 보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이는 자의적인 처형으로 생명권 침해에 해당된다. 파병 북한군의 월급, 즉 참전 대가에 있어서도 본인 수령액이 어느 정도인지, 당국은 얼마를 가져가는지 등 구체적 사안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만일 해외노동자 경우와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이 대가의 80~90%를 가져간다면 이는 강제노동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 포로의 인권 가치 제고를 위한 우리의 과제
북한군 포로는 제네바 제3협약(포로대우협약)에 의한 대우 및 보호를 받아야 한다. 북한군 포로 한국행 수용과 관련해 제네바 제3협약은 부상 중인 포로는 치료 후에 원칙적으로 본국으로 송환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9조). 또한 포로는 적극적인 적대행위가 종료한 후 지체 없이 석방하고 송환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한다(제118조).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의를 통해 귀순 의사를 표시한 북한군 포로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 포로는 우리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헌법 제3조), 포로 의사는 마땅히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한다. ICRC는 포로의 자발적 의사를 존중하여 2020년 제네바 제3협약 주석을 업데이트하면서 “(제3협약) 제118조에 명시적인 예외 규정은 없지만, 포로가 본국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될 실질적인 위협에 직면한 경우 송환 의무는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 망명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가 북한에 인도 시 직면 가능한 반인권적 상황을 우려하는 국제사회 여론을 조성하고,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러-우전쟁 종전 협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노력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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