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공 시장 활성화 기대와 달리 일감 점점 감소…왜?

계약 불이행 건수 많아지면서 주문 줄어…"꼬박꼬박 돈 받을 수 있는 임가공 일감 그리워 해"

북한 주민이 실에 구슬을 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코로나19로 3년 넘게 이어진 북한의 국경봉쇄가 완화되면서 임가공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했던 무역업자들과 주민들이 정반대로 임가공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되자 크게 실망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은 “많은 사람들이 국경봉쇄가 해제되면 임가공 일감이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와 달리 일감이 감소하고 있다”며 “중국의 사업자들이 계약 이행에 변수가 많은 우리(북한) 업자들에게 더 이상 수주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업자들이 제품을 보내기로 한 날짜를 지키지 않는 등 계약을 불이행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면서 중국 업자들이 일감을 주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임가공품 단가 올리라” 압박에 외화벌이 기지들 진퇴양난)

아울러 소식통은 “중국의 사업자들이 빠르게 기계화를 추진하면서 수공으로 하는 작업 공정을 줄이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며 “수놓기도 구슬도 설비를 이용해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일감이 안 들어오고 있고, 가발이나 눈썹 같은 것도 설비를 써서 완성 단계로 가는 작업 공정들을 확 줄었다”고 했다.

중국의 사업가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원자재를 들여와서 일일이 수작업해 만든 제품을 중국으로 내보내는 식의 임가공업은 북한의 중요한 자금 확보 원천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무역 허가를 받은 외화벌이 기관들은 빠짐없이 임가공업을 하고 있으며 산하에 크고 작은 기지(작업장)들을 지방 곳곳에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북한 주민들은 이런 기지들에서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하며 돈벌이를 하는데, 일감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서 이런 주민들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시 민사동의 한 주민은 “임가공 일감이 한때는 안정적인 수입원이었는데 지금은 언제부터 일감을 받지 못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좀 더 단가가 높았으면 하면서 좋은 일감이 나오기를 기다린 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어떤 일감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가공 작업은 시간당 임금이 0.2달러(한화 약 286원)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마저도 절실한 것이 현실이다.

소식통은 “그래도 일하고 꼬박꼬박 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임가공밖에 없으니 사람들이 일감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지속해서 임가공품의 단가를 높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원자재를 들여와 작업하는 임가공 제품들의 단가가 너무 낮다는 것인데 이는 세계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지 모르는 일꾼(간부)들이 뭣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