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경제력이 있는 주민들이 인민반 노력 동원에 불참하는 대가로 납부하는 ‘고액주’ 금액이 크게 인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내 모든 인민반들에서 고액주 금액이 전반적으로 600위안(한화 약 11만 8000원)으로 올랐다”면서 “지난해 300위안이던 것이 올해 두 배로 뛴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고액주’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이 1년간 제기되는 인민반 노력 동원이나 각종 사회적 동원에서 제외해달라며 인민반장에게 내는 청탁성 뇌물이다.
지난해 7월 폭우로 인해 국경 지역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피해 복구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진 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으로 지방공업공장 건설 등 여러 국가 건설 사업도 진행되면서 인민반 노력 동원과 부담해야 할 사회적 과제가 부쩍 증가했다.
이런 실정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200위안의 고액주를 추가로 내라는 요구가 있었고, 결국 지난 한 해 동안 사회적 동원에 불참하려는 주민들이 부담한 고액주 액수는 총 500위안이 됐다.
그러다 올해는 고액주 금액이 600위안으로 올라 주민들의 부담이 한층 늘었다는 전언이다. 예년에 비해 사회적 동원과 과제가 더 늘어난 것은 물론 물가 상승 여파까지 더해져 금액 인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인민반에 떨어지는 사회적 과제는 지방 건설에 필요한 자재나 작업 장갑, 세숫비누 등과 같은 것들인데 모두 시장에서 구매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물건값이 예년보다 훨씬 오른 상황이라 주민들이 내야 하는 고액주 금액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00위안은 북한 시장에서 쌀 1kg 가격을 85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약 200kg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만큼 큰 금액이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세대들은 이 돈을 내고서라도 각종 사회적 동원이나 과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소식통은 “동원이나 과제가 있을 때 인민반장들은 매일 세대를 돌아다니며 나오라고 독촉하거나 대신 돈을 걷는데, 잘사는 사람들은 이런 신경 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낸다”고 했다.
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은 동원이나 과제를 피할 여지가 없어 그대로 시달림을 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인민반장이 요구하는 물자나 돈을 제때 바치지 못하면 매일 독촉을 당하거나 다른 주민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인민반장들은 처음엔 과제를 빨리 수행하라는 식으로 강조하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으면 해당 세대들을 콕 집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식으로 몰아세운다”고 설명했다.
결국 경제난에 허덕이는 주민들은 당국이 부과하는 각종 사회적 동원이나 과제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심리적 압박까지 받게 되는 셈이다.
실제 혜산시의 한 60대 주민은 “여기는(북한) 점점 돈 없는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면서 “잘 사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 모든 동원에서 벗어나 편하게 살지만 없는 사람들은 단련(독촉) 받고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먹지 못해도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주민은 이어 “가뜩이나 주민들은 장사가 잘되지 않아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사회적 동원이나 과제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