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주민 대다수가 올해 음력설 명절 밥상에 변변한 음식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물가가 예년에 비해 크게 오르면서 넉넉한 상차림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4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번 음력설에 음식을 준비할 돈이 부족해 밥상에 물고기도 올리지 못한 세대가 많았다. 기름(식용유)이나 고춧가루, 맛내기(조미료) 조차 돈이 없어 컵 단위로 구매했을 정도”라며 북한 주민들의 팍팍한 경제 사정을 전했다.
치솟은 시장 물가에 당장 먹을 식량도 마련하지 못하고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주민들이 많아 올해 설 명절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푹 가라앉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떡에 돼지고기도 준비해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는데 올해 명절에는 두부 한 모 산 것이 전부”라며 “밥상이 초라하니 명절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는데, 다른 사람들도 사정이 비슷했다”고 토로했다.
양강도 주민들 역시 높은 물가에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어려워 최대한 상을 간소하게 차리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어렵게 생활하는 세대가 많아 명절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면서 “명절을 쇠고 나면 며칠 동안 굶어야 할 형편이라면서 돈이 있어도 명절 음식을 우정(일부러) 해 먹지 않은 세대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통은 “명절 음식을 해 먹더라도 양이 크게 줄었다”며 “과거에 돼지고기를 1kg 이상씩 구매했다면 이번 명절에는 5명 중 4명이 100~200g씩 소량으로만 구입해 먹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이후로 경제난이 지속되는 와중에 시장 물가까지 크게 오르면서 올해 설 명절에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평소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차리고 함께 나눠 먹는 흥겨운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편, 이번 음력설 기간에 함경북도와 양강도에 폭설이 내리면서 주민들이 제설 작업에 대거 동원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번 음력설에 눈이 많이 내려 주민들이 새벽부터 집 앞과 거리 곳곳의 눈을 치우는 작업에 죄다 동원됐다”며 “평소에도 각종 노력 동원이 끊이지 않는데 명절날에마저 일을 시키니 불만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강냉이(옥수수)밥이라도 배불리 먹는 수준이었다면 불만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배고픔에 시달리는데 눈 치우는 데까지 불려 나간 주민들은 ‘언제부턴가 명절이 즐거움과 휴식의 날이 아니라 고단하고 힘든 날이 됐다’며 씁쓸해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