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러시아 쿠르스크州 야간 전력(電力) 최대 31% 감소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하면서 유럽에서 전쟁이 시작됐고, 2025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동남부 국경지대에서 수세에 몰리며 고전하던 우크라이나가 2024년 8월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러시아의 허를 찌르면서 쿠르스크 일부를 긴급 점령했다. 현재 쿠르스크 서남부에는 북한 김정은의 최정예부대인 폭풍군단 1만 2000여 명이 파병됐고,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히 교전 중인 것으로 보도가 잇따른다.

교전 지역을 포함한 쿠르스크주 전 지역에 대해 미국 기상위성 JPSS가 새벽 1시 반에 촬영하는 야간 조도영상을 활용, 전쟁 전후 야간 불빛 변동 상황을 자세히 살펴봤다. 전쟁이 발발하면 일차적으로 주요 군사, 산업 및 기간시설이 파괴되고 도시 등화관제 조치와 함께 일대가 깜깜한 암흑에 잠기게 된다. 야간 조명도 따라서 많이 어두워지는데 분석 결과, 전쟁 이후 쿠르스크주 전체에서 야간 불빛이 최대 31%까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쿠르스크주와 북한군 파병 교전지역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기습 공격해서 스베리들리코보 및 수드자 등 서남부 일부를 점령했다. /사진=(배경)구글어스, (확대)월드뷰-2

쿠르스크는 러시아 중앙연방 관구의 주(州)이며 인구는 108만 명, 면적은 경기도(1만 200㎢) 약 3배인 2만 9800㎢에 달한다. 쿠르스크주는 철강과 화학 산업이 발달했고, 위성사진에서 보듯이 주도(州都)인 쿠르스크시 좌측에 원자력발전소 시설이 위치했다.

과거 쿠르스크에서는 1943년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투가 벌어졌다. 소련이 무려 20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해서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과 최대 규모의 기갑(탱크) 전투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전투에서 독일 나치군이 패배하면서 막대한 전력 손실을 입었으며, 이후 독일군이 전쟁주도권을 소련군에 완전히 뺏기면서 동부 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한 전초가 된 곳이다.

과거 쿠르스크 전쟁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수천 대 전차가 대평원에서 뒤엉켜 싸우면서 펼치는 전차 백병전 장면이 전쟁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영화 관객들에게는 최고의 압권으로 꼽힌다. 당시 스턴트맨 사고가 영화 사상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유명하며,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라서 CG(컴퓨터 그래픽) 처리 없이 전 장면을 배우와 장비를 동원해서 실제로 촬영했고 따라서 인적, 물적 사고도 많았다고 한다.

러시아 쿠르스크주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했으며,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진격해 들어가면서 ‘스베리돌리코보’와 ‘수드자’를 포함한 쿠르스크 서남부 일대를 장악했고, 460㎢의 영토를 점령했다. 지금 이곳에는 북한군 1만 2000여 명이 파병됐으며, 러시아가 이들 용병을 최전선에 총알받이로 앞세워 내몰면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외신 보도가 이어진다.

쿠르스크주 전 지역을 야간에 촬영한 연평균 조도영상을 활용해서 전쟁 발발 이전과 이후의 야간 불빛 변동 상황을 연도별로 비교했다. 연평균 영상이란 양질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1년 365일 일일 촬영한 영상을 모두 합해서 평균을 내고 데이터의 노이즈 등 에러를 제거한 것이다. 야간 조도 밝기값의 연도별 변화를 통계 분석해서 평가했고, 이미지 분석과 함께 그래프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조도 변이를 살펴봤다.

북한군 파병 쿠르스크야간조도 연년 변화

전쟁이 나기 1년 전인 2021년 위성에서 본 쿠르스크주 연평균 야경 모습이다. 쿠르스크시와 원자력발전소 등 일부 지역에서 불빛이 포착된다. /사진=야간 조도영상(VIIRS)
전쟁 발발 연도인 2022년에는 쿠르스크주 전체가 야간불빛이 감소하면서 어두워졌다. /사진=야간 조도영상(VIIRS)
전쟁이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쿠르스크주 전체적으로 야간불빛이 조금 늘었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져 보이진 않지만, 통계분석에서 소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야간 조도영상(VIIRS)

심야에 촬영한 야간 조도 연평균 영상을 보면, 주도인 쿠르스크시와 원자력발전소 등을 포함해서 전반적으로 전쟁 이후 야간 불빛이 감소했다. 특히 전쟁 발발 연도인 2022년에는 전년보다 조도가 많이 낮아진 것이 위성사진 분석 결과 드러났다. 조도 변화 및 차이가 위성사진에서 시각적으로 두드러져 보이진 않지만, 정량적 통계분석에 따르면 야간 불빛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폭격 및 기습 등 치열한 교전에 따라 전기 시설이 파괴돼서 야간 전력이 감소한 것일 수도 있겠고, 전쟁지역 일대에 시설 등화관제(燈火管制)가 실시되면서 불빛이 밖으로 새지 않게 차단함에 따라 조도가 감소한 것일 수도 있다. 전쟁 2년 차인 2023년에는 전년인 2022년에 비해 야간 불빛이 일부나마 밝아진 게 식별된다. 전쟁을 2년간 끌면서 야간 활동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연평균 조도영상 자료는 기관 웹사이트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1년치 365일 자료를 모아서 노이즈 제거 등 전처리 작업을 하고 연평균 이미지를 제작하기 때문에 처리에 상당 기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연평균 자료가 올라오면 이어서 추가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러시아 쿠르스크야간 조도 연년 증감 동향

전쟁 전인 2021년에 비해 2022년에 야간 불빛이 감소한 것이 분홍색으로 넓은 지역에서 관측된다. /사진=야간 조도영상(VIIRS)
전쟁 전 2021년과 비교해서 2년 차인 2023년에도 북한군 파병지 서남부 일대를 포함해서 야간 조도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야간 조도영상(VIIRS)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2년 차가 되면서 2023년에는 야간 불빛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설 등화관제 조치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야간 조도영상(VIIRS)

쿠르스크주 전 지역의 야간 조도 밝기값 증감 동향을 5단계로 나누어서 살펴봤다. 전쟁 발발 전인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조도영상을 변화탐지 기법으로 분석했다. 위성영상 처리 프로그램으로 ERDAS Imagine 2022 버전을 사용했고, 분석기법으로는 프로그램에서 제공하고 보편적으로도 널리 활용되는 ‘이미지 차감(Image Differencing)’ 기법을 적용해서 상세 분석했다.

전쟁 발발 연도인 2022년에는 전해인 2021년에 비해서 불빛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서 분홍색으로 파악됐다. 2023년에도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불빛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2022년에 비해서는 조명이 조금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쟁 난 지 2년 차가 되면서 시설 등화관제 조치가 다소 완화되고 야간 활동이 조금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전쟁 이전인 2021년부터 2년 차인 2023년까지 3년간 야간 조도 증감 동향을 살펴봤다. 2022년에는 불빛이 감소하고 2023년에는 소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출처=야간 조도영상(VIIRS)

쿠르스크주 야간 불빛 면적의 증감 동향을 살펴보면, 전쟁 연도인 2022년이 전년에 비해 조도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이 되면서는 2022년에 비해 불빛 면적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막대그래프를 보면, 전쟁 연도인 2022년에 조도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이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야간 조도영상(VIIRS)

쿠르스크주 전체 연도별 밝기값 증감 동향을 막대그래프로 살펴봤다. 전쟁이 시작된 2022년에는 전년(2021년)에 비해 분홍색 막대그래프가 크게 늘어나면서 불빛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2023년에는 야간 조명이 소폭 늘어난 것(녹색)이 그래프에서도 확인된다.

연도별 조도 증감 동향을 통계값으로 살펴보면, 야간 불빛의 세기가 평균값은 25%, 최대값은 31%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출처=야간 조도영상(VIIRS)

쿠르스크주 야간 불빛의 연도별 변동 상황을 통계 수치로 살펴봤다. 야간 불빛의 최대 및 평균값은 전쟁 2년 차인 2023년이 제일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고, 밝기값을 모두 더한 총합은 전쟁 발발 연도인 2022년이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쿠르스크주 야간 불빛은 전쟁 이후 평균값은 25%, 최대치는 31% 감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도별 밝기값 증감 동향을 살펴보면 최대값과 평균값 모두 지속 감소했고, 밝기값 총합은 2023년에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출처=야간 조도영상(VIIRS)

쿠르스크주 야간 밝기값 통계수치의 변화 동향에 대해서 연도별로 선형그래프로 살펴봤다. 최대값과 평균값은 2021년 이래로 2년 연속 크게 감소했으며, 밝기값 총합은 2022년에 최저점을 찍은 이후 2023년 소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군 쿠르스크 전장 상황과 전망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한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은 유럽 전장이 낯설고 또한, 숲이 적은 개활지라서 은신 및 매복이 곤란한 지형적 불리와 함께 드론 등 현대전 장비에 대한 경험 및 이해가 부족해서 초기에 우왕좌왕했고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파병된 1만 2000여 명 북한 병력 중 지금까지 1/3인 4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됐다.

푸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게 러시아는 북한군을 최전선에 앞세워 전진케 하고 북한군이 지역을 확보하면 러시아군이 뒤따라 들어가서 지역 수비를 담당하는 식의 소극적 전술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북한군은 지뢰밭을 지날 때면, 대원 간 3~4m 간격의 일렬종대로 전진하면서 앞에서 지뢰가 터져 동료가 죽어 나가면 뒤에서 따라 들어가 자리를 메꾸고 계속 전진하는 무모한 인해전술 방식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람 목숨은 중요치 않고, 전장에서 북한군 병력은 쓰고 나면 버리고 새로 보충하는 식의 하찮은 소모품 정도로 보는 것 같다. 공산 독재자의 인명 경시 인식에 경악할 따름이다. 외신에서는 북한군은 오는 4월이면 1만 2000여 명 병력이 모두 소진돼서 전멸할 것이고, 북한은 이에 개의치 않고 병력을 추가 파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군과 마주쳐 접전을 치러본 우크라이나군 평가에 따르면, 북한군이 장비나 휴대 식량 등은 열악한 실정이지만 고도로 훈련받은 살인 병기식 전투 요원들인 것으로 판단되고, 시간에 따라 현장 상황에 적응한다면 우크라이나군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북한군이 전쟁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우크라이나에서 치른 실전 경험이 우리 대한민국에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 심각히 우려된다. 우리 군과 안보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펼쳐지는 북한군 활동과 전술 행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장단점 파악에 만전을 기함은 물론이려니와 대비책을 마련해서 우리 전군에 조속히 보급하고 향후 한반도 안보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가 최우선이다. 군사전문가들은 현대전은 무인비행기를 이용한 드론전이고, 이후에는 로봇을 겸용한 전쟁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그나저나 전쟁을 곧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됐다. 세계평화와 전쟁 종식을 위해 트럼프가 어떤 솔로몬식 해법을 내놓을지 기대해 본다. 큰소리는 쳤지만, 고민이 많을 것이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이메일 : chungsh10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