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달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경제 부문 성과를 비중 있게 다루면서 “12개 중요고지가 성공적으로 점령됐다”고 선전했지만, 이에 간부들조차 과장된 것이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의 한 고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12개 중요고지의 목표 달성 성과가 발표됐지만 이는 전체 생산량을 합산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지역의 생산량이나 기준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성과가 과장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간부들도 이런 수치가 선전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자립경제의 성과를 선전하고 당대회 전까지 남은 1년 동안 다시 한번 새로운 생산적 고조로 앙양시키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목표 달성을 자찬하며 언급한 내용에 ‘정치적 목적’의 의도적 왜곡이 있음을 간부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 당국은 지난해 알곡 생산 목표 달성률이 107%였다고 밝혔으나 북한 내부 농업 관계자들은 2023년과 비교할 때 곡물 생산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2024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에서 지난해 북한의 식량작물 생산량을 직전년도보다 0.8% 감소한 478만t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시장에 대한 중앙의 통제 정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경제 전반을 통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와 방법, 계획화된 사업과 가격 사업을 개선하는 것을 비롯한 절실한 방법론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강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경제 분야 의제는 양정 체제 그리고 환율 안정화로 압축된다.
북한 당국은 각 지방에서 생산된 양곡을 수급·보관·유통·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중앙이 일률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각 지역에서는 양곡 시설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금까지는 양곡을 지방이 각자 수급해서 판매했는데 앞으로는 지방이 자체적으로 양곡을 관리하지 않고 중앙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식량만큼 강력한 통제 수단은 없다는 게 중앙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전국에 양곡판매소를 설치하고 시장 가격보다 20~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에게 식량을 판매하고 있다.
본보는 전국적으로 280여 개의 양곡판매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시장에서 판매되는 식량보다 질이 떨어지고 정해진 기간에 제한적인 양만 구매할 수 있어 내부에서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양곡판매소의 곡물 판매가 이뤄진 직후 시장의 곡물 가격이 다소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나 양곡판매소 운영이 시장 가격 안정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국가 주도의 식량 공급이 시장 통제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북한 당국이 올해 양곡 수급·유통·판매 전반을 장악하는 식량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지난해 1월보다 2배 이상 치솟은 시장 환율 상승세를 잡기 위해 전원회의에서 이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식량 가격은 물론이고 외화 환치가 급격히 올라가 곳곳의 경제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고 이는 인민 생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각의 보고 있었다”며 “단순히 경제 문제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체제를 위협하는 비법 행위로 규정했고, 이에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을 필수 과업으로 취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북한 당국은 올해에도 계속해서 환율 안정화를 위해 개인의 외화 거래 및 환전을 강력하게 단속할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돈데꼬(환전상)들이 타도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런 조치를 통해 당은 인민들에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