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건설 연구하던 핵심 연구자들 처형·처벌

"우리 힘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보고에 '태만', '패배주의' 라며 비판…연구자들 사기 저하 분위기

/그래픽=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관해 연구하는 핵심 연구자들이 처형되거나 처벌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연구하는 연구책임자 2명과 연구원 4명이 사업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국제적 수준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문제로 처형, 처벌됐다”고 전해왔다.

처형은 지난 10일 오후 4시 평양시 만경대구역에서 남포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한 공터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과 관련된 관계자들이 전부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핵심 연구책임자 2명은 이 자리에서 즉시 처형됐고 4명의 연구원은 어디론가 끌려갔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처형된 연구책임자들은 원자력공업성 과학기술 부문에서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설계 및 운영 기술 개발을 맡았던 인물들로 알려졌다”며 “이들은 당 중앙이 제시한 기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처벌받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원자력발전소 운영 기술 연구에 대한 보고가 있었으며, 이 자리에서 이들에 대해 “고의적 태만을 저질렀다”, “패배주의에 물젖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국가 전력난 해소의 핵심 전략으로, 국가가 가장 몰입하고 중시하는 과제임에도 해당 연구자들이 “이 과제는 우리 힘으로 하기는 어렵다”면서 조건 탓을 하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여 “혁명적 태도와 사상적 무장이 덜 된 인간들”이라는 맹비난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이들은 끝내 처벌받게 됐으며, 실제 처벌에 나선 내각과 중앙검찰소, 사회안전성은 이들을 ‘사회주의 건설에서 당의 지침에 배치되는 행동을 한 반당적 인물’로 규정했다.

소식통은 “관련 연구자들 속에서는 연구 실패 원인이 현실적인 기술적 제약이나 자원 부족임에도 체제 논리에 따라 처벌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들이 원자력발전소 건설 연구에 열정을 다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난항을 직접적으로 당에 보고도 하면서 고심이 많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이며 이에 사기 또한 저하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이 사건 이후 원자력공업성 산하에 새로운 기술연구진을 책임질 새 책임자를 임명하고, 기술 연구 개발 과정에서 당적 통제를 강화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