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소식 접한 북한 주민들, 어떤 반응 보였나?

"지도자에게 책임 물어 감옥에도 보낼 수 있다니 놀랍다",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 있겠나"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신문을 통해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대체로 놀라워하는 모습이었고, 한편으로는 우려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앞서 17일 제6면에 ‘괴뢰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체포, 윤석열 괴뢰를 수사당국으로 압송’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 체포 소식을 비교적 빠르게 전하며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 체제가 취약하다는 점, 이에 비해 사회주의 체제는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실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주민들은 “대통령이 체포될 수 있고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며 감탄하고,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한국과 비교하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시의 한 30대 주민은 “썩어빠진 자본주의라고 배워왔는데, 그 나라야말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인 것 같다”며 “우리는 배급이 오래전부터 끊기고 굶주리는 사람이 많아도 아무 말 못 하고 살아가는데, 남조선(한국) 사람들은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어 감옥에도 보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신의주시의 또 다른 40대 주민 역시 “우리는 수령이 어떤 정치를 하든 그와 관련해서는 어떤 의견도 목소리도 낼 수 없고 잘못하면 삼대 멸족을 당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려운데 남조선에서는 국민이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니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놀라워했다.

그런가 하면 함경북도 소식통은 “요즘 청진시를 비롯한 도내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대통령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친한 사람들끼리는 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의하면 청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북한)는 식량이 없어 당장 쓰러질 지경이면서도 충성심을 연기해야 하는데 한국은 우리와 너무나 달라 신기하다”, “민심의 요구에 맞게 정치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지도자가 끌어내려 올 수도 있는 체제라 계속해서 발전하고 잘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등의 말이 오갔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양강도 소식통은 “한국 대통령의 체포에 대해 신문에서는 ‘정치적 혼란’이라고 했지만, 여기(북한)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그래도 남조선이 얼마나 잘 사는가’, ‘우리나라(북한)도 아마 그런 체제였다면 우리의 삶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윤 대통령 체포에 관한 북한 매체 보도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주민들은 “지도자가 체포되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라는 등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의 어떤 주민들은 ‘대통령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인데 감옥에 막 잡아넣는 건 그 나라의 정치 체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 아니냐’며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다섯 번째라니 그럴 때마다 사회적 분위기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혜산시에서는 “우리나라는 자유가 없는 대신 억압이 존재하지만, 한국은 자유가 있는 대가로 치러야 할 혼란도 큰 것 같다”, “대통령들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해는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