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의 일당백 맹수” 구호 외치지만 ‘빈 메아리’

군인들 배고픔 시달리는데 기강 확립한다며 훈련 강도 높여…후방사업 도맡은 군관 가족들 고충

압록강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경비 하전사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부근의 얼어붙은 압록강 위에서 얼음을 깨고 물을 긷고 있는 북한 국경경비대원들.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에 주둔하고 있는 국경경비 27여단이 새해를 맞아 군인들의 기강 확립을 다시금 강조하고 나섰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열악한 환경에서의 기강 확립 요구는 빈 메아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국가보위성 산하 국경경비총국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과 국경 지역에서의 위협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며 국경경비 부대들에 훈련 및 방어 체계 재정비를 명령했다.

이는 동기훈련 진입 한 달이 넘은 시점에 다소 해이해진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경경비 체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경경비 27여단은 국경 차단물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훈련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모든 군인을 ‘무적의 일당백 맹수’로 만들어야 한다는 구호를 내걸며 국경 방어 임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단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군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동기훈련 기간은 병사들에게 가장 힘든 시기”라며 “낮에는 각종 훈련과 학습에 참가해야 하고 밤에는 국경 초소에서 잠복 근무를 서는데, 사실상 쉴 틈이 없어 병사들의 피로가 심각하게 누적되고 체력과 정신력이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군인들에 대한 후방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열악한 식사와 부족한 물자에 군인들은 사실상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병사들은 배고프고 힘들어도 그냥 참고 견뎌야만 한다”며 “상부에서 내놓은 최선의 방법이라고는 애꿎은 군관(장교) 가족들에게 후방사업을 강요하는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7여단은 훈련으로 지친 군인들을 격려하겠다며 군관 가족들이 평소 급식 메뉴 외 콩나물이나 두부, 인조고기 등 추가 반찬을 준비해 바치는 날과 특식을 마련하는 날을 별도로 지정했다.

소식통은 “특식이 필요할 때는 부대 내 군관 가족 전체가 동원돼 떡을 만드는데, 이들의 고충도 심각하다”며 “후방사업을 하라고 부대에서 쌀이나 물자를 더 나눠주는 것도 아니고 군관 가족들이 자체로 알아서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 거라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군관 가족들 역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군관인 남편, 아버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혹은 승진을 위해 여단이 강요한 후방사업에 애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금 병사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충분한 휴식과 배고픔 해결”이라며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훈련 강도를 높이고 ‘무적의 일당백 맹수’라는 구호 같은 것을 외치는 건 오히려 병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