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밀가루·기름 등 물자 내걸고 ‘생산 경쟁’ 붙이는 北 탄광

갱별·중대별·소대별 경쟁 심화…노동자들 대체로 긍정적 "다그치기만 하다 물자라도 나눠주니 환영”

북한 평안남도 덕천지구탄광연합기업소 노동자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평안북도의 한 탄광에서 새해를 맞아 석탄 증산을 위한 단위별 생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구장지구탄광연합기업소 소속의 한 탄광에서는 갱별로 사회주의 생산 경쟁을 조직하고 등수에 따라 물자를 차등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현재 경쟁에 불이 붙은 상태다.

해당 탄광은 갱이 10여 개로 이뤄져 있으며, 각 갱에는 여러 개의 굴진 중대와 채탄 중대를 비롯해 전력을 관리하는 동력 소대, 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 소대,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수리 소대 등이 있다.

이번 경쟁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갱들은 또 소속 중대별, 소대별로 세분화된 경쟁 구도를 만들고 성과 내기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갱별, 중대별, 소대별 생산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탄광 후방부에서는 실제 경쟁에서 성과를 낸 갱에 공급할 물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 생산이 가장 많은 순서대로 쌀이나 밀가루, 식용유 등을 차등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갱에서는 노동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 시작 전 물자를 선지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난 3일 6갱에서는 경쟁에 나선 중대 인원 1인당 밀가루 3kg과 기름 2kg을 선지급했다”며 “1, 2등을 차지하는 중대에는 쌀 100kg과 기름 50kg을 상품으로 지급할 것이라는 발표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 개 중대 인원이 평균 70명 정도라는 점에서 쌀 100kg과 기름 50kg을 나누면 1인당 받을 수 있는 물자가 쌀 1.5kg과 기름 0.7kg에 불과하지만, 노동자들은 쌀과 기름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통상 연초에는 석탄 증산이 강조되지만 이를 위해 이렇게 상품을 걸어 놓고 생산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이에 탄광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석탄 수출이 많아지면서 후방부에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 그러니 쌀, 밀가루, 기름을 나눠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본보는 중국 정부의 통제로 북한산 석탄 수출이 원활하지 않자 북한 무역업자들이 러시아를 통해 석탄을 중국으로 확대 수출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무역업자들, 러시아 통한 대중(對中) 석탄 수출에 ‘적극적’)

탄광 노동자들은 이번 생산 경쟁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연초마다 석탄 증산을 다그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물자라도 나눠주니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이렇게라도 보상을 주면 열심히 일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