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뢰들, 녹화물보면 총살한다며 허위 날조 서슴지 않아” 발끈

당 조직지도부 지시문 하달…“오물들 사전에 제압 통제, 불순물 발견 즉시 신고하는 원칙 세워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공개한 대북 풍선의 모습. 신문은 지난해 11월 18일 “국경 부근과 종심지역에 각종 정치선동 삐라와 물건들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게재한 바 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한국의 대북 물자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는 명목으로 주민에 대한 사상 교육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문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시문에는 한국이 북한 체제를 깎아내리면서 여론을 조작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9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달 중순께 ‘국경 연선 조직에서 당 조직 사업을 강화할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지시문을 하달했다. 이는 중앙당 조직지도부가 평안북도를 비롯한 국경 지역 당 및 사회안전 기관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시문 서두에는 지난해 북한 당국이 핵심 사업으로 진행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비롯한 농촌 살림집 건설에 대한 자찬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지방 인민들도 도시 부럽지 않은 생활을 마련해 주시려는 당중앙의 호소를 높이 받들고 떨쳐나선 돌격대원들과 군인 건설자들의 줄기찬 투쟁으로 하여 지방에서는 살림집들과 경공업 공장들이 날이 갈수록 많이 일떠서고 있다”고 했다.

또 “지난 7월 말 전례 없는 강한 폭풍으로 큰 재난을 입은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수해지역 복구를 전국이 총동원하여 복구할 데 대한 당중앙의 호소를 높이 받들고 달려 나온 각 청년 돌격대 군인 건설자들의 밤낮없는 투쟁으로 불과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고층 건물들이 완벽하게 늘어서 있다”는 내용도 지시문에 담겼다.

북한 당국이 지시문 서두에 경제 정책, 수해 복구 사업 성과를 서술한 것은 기본 체제 선전 목적으로 읽힌다.

그런가 하면 당국은 지시문 본론에서 한국의 대북 비난과 여론몰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히 “의주 복구 현장을 보고 인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돌격대로만 내몬다느니 안전망도 없이 건설을 한다느니 별의별 시비를 걸어온 괴뢰들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본보는 앞서 평안북도 수해 지역 살림집 건설 현장 사진을 입수해 건설자들이 안전 장비도 없이 홑겹의 판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작업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평안북도 수해 복구 살림집 건설장 사진 보니…부실 공사 여실) 북한은 이 같은 보도물을 토대로 지시문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시문에는 “저들이 들여보낸 녹화물을 보면 총살한다는 등 우리 사회주의 인권 우선주의를 어떻게든 깎아 내려고 허위 날조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는 절대로 용서하지 말아야 하며 두고두고 결산하여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 /사진=데일리NK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한국 영화나 드라마 유포와 시청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사형 등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고 있다. 실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8조는 ‘많은 양의 적대국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 유포한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본보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서민갑부’ 등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이를 유통한 평안남도 보위국 정치부장의 딸이 공개총살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서민갑부’ ‘골목식당’ 등 南예능 시청·유통한 고위간부 딸 공개총살)

본보의 북한 내부 취재나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외부 녹화물 유포자의 처형 사례가 전해지고 있음에도 북한 당국은 이를 부정하며 허위 날조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국은 지시문에서 “우리 당의 헌법의 기본 중심은 총살이 아니라 사상 교양 원칙에서 동지를 구원하여 한 대오에 세워 혁명의 길을 함께 가는 원칙이라는 것을 괴뢰 놈들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당 조직지도부가 주민 사상 교양을 강화하기 위해 당과 사회안전 기관에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항은 ▲당 조직 사상 교양 사업을 강화해 적들이 들여보내려는 오물들을 사전에 제압 통제하는 사업에 하나 같이 참여할 것 ▲각 조직에서 한 사람도 탈선하지 않도록 책임자들의 역할을 높일 것 등이다. 대북전단 또는 대북 물자 접촉에 따른 주민 사상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또 ▲관광의 문을 열어 놓은 기회에 괴뢰 무리들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별의별 수법으로 들어올 수 있으므로 국경 지역에서는 혁명적 경각성을 높이고 불순물이 발견되는 즉시 보위기관·사회안전 기관에 신고하는 원칙을 세울 것도 당부했다. 이는 북한 당국의 관광 사업 본격화 계획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밖에 북한 당국은 지시문에서 “놈들이 발붙일 틈도 없이 예리한 눈초리를 갖고 있는 것은 인민반 때문”이라며 “인민반 사업을 실속있게 짜고 들어 자기 인민반에 탈북하는 등의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업을 효과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민 통제와 감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