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내달 당 전원회의에 앞서 수해 지역 살림집 건설을 완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데일리NK가 건설 현장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여러 장 입수했다. 안전장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건설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데다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본보가 입수한 사진 중 한 장에는 여러 개의 시멘트 배관이 쌓여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중 일부 배관의 끝이 심각하게 파손돼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시멘트 배관은 아파트 오수 배출용 하수도관으로, 시멘트의 강도가 매우 낮아 쉽게 파손되고 있다.
소식통은 “보장된(공급된) 세멘트(시멘트)의 강도가 너무 약하고 그 안에 들어가야 하는 철근도 부족해 배관이 잘 부서진다”며 “완전히 못 쓰는 부분만 내놓고는 모두 공사에 쓰고 있다”고 말했다. 파손된 상태의 자재를 그대로 건설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기초 다지기부터 벽체 올리기, 층간 사이 벽 등에 들어가야 할 철근이 매우 부족하고 강도가 약해 죄다 부실 공사”라며 “그래도 자재가 이것밖에 없고 우(위)에서는 빨리 완공하라고 다그쳐대니 그냥 이것으로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부실 공사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완공 기일을 준수하라고 채찍질하고 있어 건설장 내에서도 “공짜로 줘도 이런 집에서는 안 살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 평안북도에서 짓고 있는 살림집들은 죄다 부실하다”며 “누가 이런 집에 살겠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땅집(단층집)에서 안전하게 사는 것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본보가 입수한 또 다른 사진에는 건설에 투입된 돌격대원들이 판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외부 미장 작업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판자가 부서지거나 끊어진 모습이 보일 뿐 아니라 판자를 고정하는 얇은 지지대도 일정하게 설치돼 있지 않아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인다. 특히 고층에서 작업하는 이들이 추락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된다.
소식통은 “건설 현장에서 돌격대원들의 안전 같은 것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판자까지 튼튼하게 설치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진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한두 명도 아닌 여러 명이 건설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진에는 허리춤에 손을 얹거나 팔짱을 낀 채 또는 흙더미에 다리 한쪽을 얹은 채 공사 현장을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공사에 참여하는 사람보다 세월아 네월아 방관하듯이 작업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더 많다”며 “무슨 지휘관들이 이렇게나 많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사진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수해 복구 지역을 세 번째로 방문한 뒤에 찍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가장 최근 방문인 지난 4일 이곳을 현지지도하면서 “피해 복구 전투를 12월 당 전원회의를 맞으며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