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외화 환율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9월 초 북한 원·달러 환율이 최고치를 경신한 후 약 두 달간 보합세를 보이며 안정화되는 듯했으나 또다시 10% 이상 급등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1달러는 1만 8100원에 거래돼 2주 전인 지난달 27일 조사 당시(1만 6000원)보다 13.1%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7일 평양의 달러 환율이 83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18배 상승한 수치다. 1년 안에 북한 원·달러 시장 환율이 2배 이상 오른 것은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처음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달러 환율 상승률이 평양과 비슷하게 나타났는데, 환율이 가장 가파르게 치솟은 지역은 양강도 혜산이었다.
지난 10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북한 원·달러 환율은 1만 8400원으로 조사돼 지난달 27일 당시 가격인 1만 6100원에서 14.3% 상승했다. 이는 2009년 화폐 개혁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본보의 북한 환율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파악한 결과 2024년 북한 원·달러 환율 고점과 저점간 차이는 7900원으로, 2014년부터 지금까지 10년 이래 매년 환율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가 올해보다 크게 나타난 적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코로나 봉쇄로 무역 기대감이 하락하면서 환율이 크게 떨어졌던 2022년 초와 무역량이 회복되기 시작했던 2022년 말의 북한 원·달러 환율 차이가 3750원이었는데, 올해보다 폭이 훨씬 작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 원·위안 시장 환율도 달러와 비슷하게 2주 만에 10% 이상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원·위안 환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혜산으로 지난 10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1위안은 북한 돈 2380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27일보다 14.4% 상승한 것이다.
원·위안 상승률은 조사 대상 지역 중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거래된 북한 원·위안 환율은 2300원으로, 지난달 27일 조사 가격인 2000원보다 15%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서 위안 환율이 2300원대까지 오른 것은 본보가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처음이다.
북한 시장에서 이렇게 환율이 10% 이상 급등한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에서 주민들의 외화 통용이 확대되면서 외화 수요가 높아지는 내부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 시장에서 달러와 위안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시장 상인들이 내화로 물건을 팔지 않으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하루 아침에 딸라(달러)는 1000원 넘게, 비(위안)는 100원, 200원씩 날마다 오르니 오늘 2000원대를 받아도 내일 오르면 오늘 장사한 게 손해를 본다”며 “국돈으로 팔면 당연히 손해를 보니 웬만하면 국돈도 안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내화보다는 달러나 위안 결제를 선호하면서 거래 목적의 외화 사용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 같은 환율의 급등은 수입품 물가는 물론 쌀이나 옥수수 같은 식량과 공업품 등 국내산 물품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외화 가치 상승으로 수입산 곡물 및 원자재 공급이 감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수입이 아닌 것이 별로 없고, 또 거의 모든 물건들이 수입산과 다 연관돼 있어서 돈대(환율)가 오르면 시장에서 모든 상품의 가격이 오른다”며 “장사나 밀수를 하지 않고 외국돈 만질 일 없는 사람들은 요즘 정말 힘들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