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열악한 농촌 교육, 경직된 제도 변화로 해결해야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노동당과 교육 당국이 도의 교수강습소와 시(군) 교원(교사) 재교육강습소 교원들에게 농촌으로 나가 현지 이동 교육을 진행하라는 방침을 내놓고 교원들을 들볶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내각 교육성은 ‘이제는 농촌 학교 교원들을 교수강습소에 불러다 교육하지 말고 현지에 나가 도와주라’는 방침을 하달하면서 농촌 학교 교원들의 수준 미달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필자는 북한 사회에서 도시와 농촌의 교육 수준 차이는 농촌 교사들의 수준 문제가 아니라 교육제도의 경직성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북한의 교사 양성과 배치는 노동당 교육 부서의 교육정책에 의해 제정, 실행되는데 사실상 여기서 각종 비리가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각 도에 있는 사범대학, 교원대학을 졸업하면 도, 시(군) 당 교육부와 인민위원회 교육부에서 학교에 배치한다. 이때 너도나도 농촌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경쟁이 발생하는데 인맥을 총동원하기도 하고 뇌물을 먹이면서까지 도시에 남으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사 배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성적’이라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성적이 높은, 그러니까 수준이 있는 졸업생을 도시의 좋은 학교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직된 제도는 그대로 두고 도시 교사의 농촌지원과 같은 강제는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북한 노동당이 언제 이 한심한 양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노동당의 강요로 수십 리를 걸어가 이동 교육에 참여하는 도시 교사들이나 몇 시간 수업을 받고 가난한 살림에 밥과 술을 대접해야 하는 농촌 교사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런 행위로 수준이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냐”라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북한에서 도농 간 교육의 질 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즉 평양과 주요 대도시에 설치된 제1중학교 교육은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지만 농촌지역에서는 믿기 어려울 만큼 낮다. 예를 들어 농촌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군인이 “백두산이 어디에 있나”라는 최고사령관 질문에 “혁명의 수도 평양에 있다”라고 부끄럼 없이 답변하는 수준이다.

학교 교육의 이러한 병폐는 부모와 학생이 교육을 선택하지 못하게 강제하는 데 원인이 있다. 북한에서 농촌 아동에 대한 교육은 ‘지식을 가르쳐 인격을 길러준다’는 사전적 의미는 사라졌고,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장 해결되어야 할 건 농촌 학교 교사들의 수준 상승이 아니며 제도 개선이다. 북한의 학교 교육제도가 극도로 경직되어 현실에서 많은 병폐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 노동당과 교육 당국은 이 점을 명심하고 변화와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