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R서 ‘공개처형’ 사실상 시인한 北…철저히 준비된 각본?

평양문화어보호법 ‘공개처형’ 명시에 따른 후속조치 차원…"주권국가로서 정당성 알리려는 행보"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이 11월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엔티비 유튜브 화면캡처

지난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보편적 정례 인권검토’(UPR)에서 북한 내 공개처형 관행을 일부 인정한 박광호 중앙재판소 국장의 발언은 사실 당국에 의해 철저히 준비된 각본이었다는 전언이 나왔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박광호 동지는 현재 특별한 처분 없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유엔에서의 그의 발표는 당(黨)의 방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개인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광호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제4차 UPR에서 “원칙적으로 사형은 정해진 장소에서 비공개로 집행된다”면서도 “다만 예외적인 경우 공개처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발언했다.

범죄자가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거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거나, 피해자 가족이 원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며 한 발언이었지만, 북한인권단체들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던 공개처형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평양문화어보호법’(2023년 1월) 제35조에 ‘공개처형’을 명시한 북한 당국이 법 집행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일부러 이 같은 발언을 흘린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평양문화어보호법에 ‘공개처형’ 명시… “군중 각성시켜야”)

소식통 역시 “(박광성의 발언은) 주권국가로서 우리(북한) 정책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행보”라면서 “우리 법적 처벌 체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 것이며, 실수가 아닌 당과 국가에 비준된 의도적인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공개처형은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이지만, 우리 내부에서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며 “주권국가로서 이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당과 국가는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반국가 범죄를 저지른 소수가 구금된 별도의 재교육 시설’을 언급한 것도 북한인권단체들과 탈북민들의 증언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식통은 “반국가 범죄로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위협한 자들을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것이 아니라 교화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재교육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해당 언급이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한 건 아니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로 그는 “공화국에는 정치범도, 정치범수용소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입장이 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면서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존재를 인정하면 국제사회의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UPR 심사에서 받은 294개 권고안 가운데 ▲정치범수용소 해체 ▲억류자와 납북자 송환 ▲표현의 자유 보장과 반동사상문화배격법‧평양문화어보호법‧청년교양보장법 철폐 ▲러시아 전쟁 지원 중단 등 88개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