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맞아 꽃제비 집중 단속…주민들 “또다시 뛰쳐나올 텐데”

조직 생활·노동 안 하고 자유 누리니 기회 생기면 또 길거리로…"쓸데없는 단속 왜 매년 하나"

황해남도 해주시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살고 있는 부랑자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연말을 맞아 거주지를 이탈해 거리에서 생활하는 부랑자, 이른바 ‘꽃제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은 “도(道) 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시·군 당위원회와 안전부가 협력해 꽃제비 단속 전담조를 구성하고 도내 전역에서 꽃제비 소탕 작전에 나섰다”며 “꽃제비 단속은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됐으며 이달 20일까지 계속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꽃제비 단속은 해주시의 서애·양사시장 등 주요 시장들과 역전, 벌이차 정차 구역 등 꽃제비들의 주된 근거지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곳들에 상주해 있는 단속 전담조와 규찰대는 꽃제비로 의심되는 사람이 발견되는 경우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예외로 두지 않고 무조건 잡아들이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 길을 다니다 보면 꽃제비들이 단속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붙잡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당이 지시한 이번 단속의 진짜 목적은 거주지를 이탈해 일하지 않고 조직 생활에도 참여하지 않는 무정부주의자들을 찾아내 본래 거주지로 돌려보내고, 이들이 조직을 통해 지도 통제를 받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꽃제비를 없애겠다는 게 아니라 당국의 사상 통제와 교육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다시 국가의 통제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현재 단속원들은 연행된 꽃제비들을 대상으로 본래 거주지와 직업, 출신 학교, 소속 기관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신분이 확인되는 대로 거주지로 이송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꽃제비로 단속된 이들의 상당수가 장사나 사업 실패로 생활 기반을 잃었거나 열악한 가정 환경을 피해 가출한 아이들, 탄광이나 농촌에서 일하기 싫어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 때문에 당에서는 거주지나 소속 기관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대상의 경우 집결소 같은 임시 보호소에 입소시킨 뒤 새로운 거주지를 마련해주는 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대적인 단속으로 꽃제비들을 본래 거주지로 돌려보낸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또다시 거주지를 이탈하고 거리를 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이 사람들은 조직 생활이나 노동을 하지 않고 거리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기 때문에 기회만 생기면 다시 길거리로 나가려고 한다”며 “이런 쓸데없는 단속을 왜 매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황해남도 소식통도 “꽃제비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조직 생활에 얽매이는 것 자체를 상당히 거부하는데, 그래서 다시 열악한 환경으로 돌아가 정착하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이들을 정착 시켜봐야 다시 뛰쳐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