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성의 한 농촌 마을에서 탈북민 여성이 중국인 남편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중국 내 탈북민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는 후문이다.
9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랴오닝성의 한 농촌 마을에 살던 30대 여성 탈북민 A씨가 중국 국적자인 50대 남편 B씨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가해자인 B씨는 조선족으로, A씨가 한국행을 시도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격분해 그를 폭행했다. 무차별적인 폭행에 A씨가 극렬히 저항하자 B씨는 급기야 흉기를 휘둘렀고, 결국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북한 양강도 출신인 A씨는 지난 2010년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탈북 브로커가 인신매매로 그를 중국 국적의 조선족 남성에게 팔아넘겼고, 그길로 강제 결혼을 한 후 줄곧 가정 폭력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에 와 있는 조선(북한) 여성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여성도 하루 종일 농사일만 했다”며 “남편에게 매일 감시당하고 폭행을 당하면서도 조선에 있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모아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모진 고통을 견뎌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A씨는 반복되는 남편의 폭력과 희망이 없는 삶에 지쳐 다른 탈북민 여성과 함께 한국행을 계획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러나 그가 한국행을 위해 집을 나서려는 찰나에 남편이 계획을 알게 되면서 폭행이 시작됐고 결국 숨을 거뒀다.
B씨는 A씨가 사망하자 그의 시신을 아무도 모르게 뒷산에 매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탈북민 지인들은 한동안 그의 소식이 들리지 않자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이후 실종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안 남편 B씨는 결국 파출소에 찾아가 자수했다.
문제는 중국 공안이 자수하고 나선 B씨를 조사하거나 구속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시켰다는 점이다. 이에 이 사건을 아는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서 공분이 일었다.
소식통은 “가해자가 직접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했는데 어떻게 아무런 조치도 없이 귀가 시킬 수 있냐”며 “가해자가 중국인이고 피해자가 탈북민이니 자국민을 보호하고 나선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살해 사건임에도 공안 당국은 가해자인 자국민을 우선으로 보호했고, 이후로도 어떤 조사나 처벌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도망쳐 나온 탈북민들은 모두 중국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어떤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다”며 “그래서 갑자기 강제 북송당하지 않을까 늘 두려움에 떨며 한국행을 꿈꾸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