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지역들에 비상계엄 선포 소식 확산…주민 반응은?

놀라는 주민들도 있지만 대부분 무관심…"다른 소문과 달리 하루 이틀 끓다가 빠르게 가라앉아"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맞은편에는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국경 지역인 함경북도, 양강도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처음 놀라워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는 모습이었고, 일부는 아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1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국경 지역인 회령시에서는 중국 휴대전화로 외부와 연락하는 주민들을 통해 지난 4일부터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소문이 쫙 퍼진 상태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이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에 따라 4일 새벽 비상계엄이 해제된 이후 곧바로 북한 국경 지역 주민들에게도 계엄에 관한 소식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한국에 비상계엄이 내려졌었다는 소식에 일부 사람들은 처음 전쟁이 터진 줄 알고 깜짝 놀랐고, 이후에 간첩들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나면서 ‘우리나라 간첩이 그쪽에 그렇게 많은가’라며 또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점점 관심 밖의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주민들도 여럿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회령시의 한 50대 주민은 “당장 굶어 죽을 지경인데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되지 않은 일은 알고 싶지도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머릿속엔 오직 다음 끼는 뭘 먹을지, 어떻게 해야 하루를 버틸 수 있을지 하는 생각뿐”이라며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걸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심정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맞닿은 북한 양강도 국경 지역에도 비상계엄에 관한 소식이 전해졌다고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국경 지역에서는 ‘지난 3일 저쪽(한국)에 계엄령이 선포됐다가 몇 시간 만에 해제됐다. 전쟁 시에나 내려지는 계엄령이 내부 문제로 내려져서 현재 아수라장이고 그 문제로 대통령이 떨어질 수도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지금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국과 연락하는 양강도 주민들은 앞서 비상계엄 소식을 짤막하게 전해 듣고, 이것이 북한과의 군사적인 문제로 인해 내려진 것인 줄로 알고 한 두 시간가량 큰 불안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당장 북한 내부도 통제가 강화될 것이고, 중국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하게 돼 돈벌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밀무역으로 물건을 수입하기 위해 중국 무역업자에 돈을 보낸 주민들은 전화가 끊기면 돈은 물론 주문한 물건도 받지 못하게 될까 봐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느라 바쁘게 움직인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여기저기로 알아본 결과 전화가 끊길 정도의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 주민들은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경제적 손실과 직결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 사안이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저쪽 일에 관심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중국과의 거래로 돈벌이하는 사람들”이라면서 “그렇지 않은 주민들은 먹고사는 게 전투라 생계와 관련 없는 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다 보니 이번 소문은 다른 소문과 다르게 하루 이틀 끓다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소문이 빠르게 가라앉는 데는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실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영영 세상과 등지고 살아야 하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라 없이 들어도 못 들은 척하는, 다른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