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농업경영위원회 일꾼들로 구성된 ‘밭 관개 상무’가 횡령 혐의로 시 당위원회의 검열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 밭 관개 상무는 올해 초 시 농업경영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5명 규모로 조직돼, 회령시 내 농장들에 양수기, 물탱크, 파이프 등 관개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앞서 공장·기업소들에서 필요한 자재와 설비 보장을 위한 지원금을 받았는데, 이를 빼돌려 나눠 갖는 비리를 저질러 문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령시 농장들은 두만강 물을 퍼 올려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농장마다 양수기가 2~3개씩 있긴 하지만 열악한 전기 사정으로 작동이 안 돼 양수기로 농장에 물을 댄다는 건 ‘먼 나라 이야기’고, 모든 것을 순수 인력으로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두만강에서 끌어 올린 물을 저장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구덩이를 넓게 파고 그 주변으로 물이 새지 않도록 비닐박막을 돌려 물땅크(물탱크)를 만드는데 이것 역시 농장원들이 다 한다”며 “분조마다 농장원 1명이 고정 ‘물 관리공’으로 있어 매일 물땅크를 돌보며 물이 새지 않는지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기(회령시)는 강냉이(옥수수) 농사가 기본이라 한창 농번기에는 강냉이 모판이 있는 주변에 2~3개의 구덩이를 파고 물을 넣었다가 다 쓰면 또 메우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덧붙였다.
관개 설비가 갖춰져 있어도 활용할 수 없는 여건이지만, 농업 수리화를 강조하는 당의 지시에 따라 밭 관개 상무가 조직됐고, 관개 체계 정비를 명목으로 회령시의 공장·기업소들은 경제적 부담을 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마련된 돈을 밭 관개 상무가 유용(流用)했다는 사실이 한 농장 관리일꾼의 제보로 드러났으며, 이에 지난달 중순부터 시당의 검열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시간 농사일을 하면서 관개 설비의 실질적인 효용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회령시 농장의 농장원들은 밭 관개 상무가 조직됐다는 사실은 물론 이들이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소식을 듣고 뜨악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양수기는 당연히 돌지 않고 전기는 늘 오지 않으니 누가 거기(관개 시설)에 신경을 쓰겠나”라며 “실정이 이러니 밭 관개 상무가 그 틈을 노리고 돈을 빼돌려 자기 주머니를 채운 것”이라고 말했다. 농장원들이 모든 일을 자력으로 하고 있는 현실이 횡령을 저지르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사건은 북한 당국이 제시하는 농업 정책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북한은 식량 문제와 직결된 농업 부문에서 알곡고지 달성을 지속 강조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관개 체계를 완비하는 사업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