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가격이 또다시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내부에서는 물가 상승으로 생활난을 겪는 주민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 결과 지난 24일 기준 북한 주요 대도시의 시장 쌀 가격이 일제히 8000원을 넘어섰다.
실제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양강도 혜산 시장의 쌀 1kg 가격은 각각 북한 돈 8000원, 8100원, 8200원으로 나타나 2주 전인 지난 10일 조사 때보다 각각 6.7%, 7.3%, 6.5% 상승했다.
이는 본보가 북한 시장 물가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가격에 해당한다.
북한 시장 쌀 가격은 한 달 전인 지난달 27일 7000원대로 올라서 한 달가량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가 이번에 또다시 가격이 치솟으면서 8000원대를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 저소득층의 주식인 강냉이(옥수수) 가격은 쌀보다 상승폭이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4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북한 돈 4100원에 거래돼 역대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했다. 2주 전인 지난 10일보다 17.1% 상승한 것이다.
혜산 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이 40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6월 말 이후 처음이다. 당시 양강도에서 코로나 의심 동향이 나타나면서 지역 봉쇄가 이뤄졌고, 이에 혜산 시장의 쌀과 옥수수 가격이 이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봉쇄 이후에 곡물 유통이 정상화되면서는 가격이 다른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4일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도 옥수수 1kg이 4000원에 거래돼 직전 조사 때보다 17.6%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신의주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4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북한 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현재 쌀 가격은 올 초 가격보다 63.9%, 옥수수는 70.7% 상승한 상태다. 연초 가격과 가을걷이 완료 시점 가격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나타난 적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예년에는 가을걷이 완료 시점에 시장 곡물 가격이 다소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현재 절기에 곡물 가격 폭등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 폭등은 추수가 마무리된 후 양곡판매소 등 국가 기관이 쌀 수매를 선점하면서 시장으로 들어가는 공급량이 감소한 데다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북한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으로 쌀이나 옥수수 등 식량을 구매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의 가치가 상승하고 북한 내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북한 돈을 받지 않으려는 상인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한 환율 쇼크] 환율 상승 이후 시장서 외화 쓰는 주민 多)
외화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상인들은 거스름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화 결제를 거부하기도 하고 내화로 받을 때는 현재 환율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상인들이 내화 결제를 꺼리고 있어 과거 내화로만 판매하던 국산 농산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 내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전을 할 때도 북한 내화를 달러나 위안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쌀 같은 현물을 외화로 바꾸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로써 곡물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된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환율 상승으로 내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북한 돈보다 쌀이나 옥수수 같은 현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곡물 수요는 높아졌는데 현물이 부족해지면서 곡물값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북한 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내화 가치 하락 및 환율 상승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올해 농사가 잘되고, 농업생산량이 조금 늘었다고 해도 식량 가격 안정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