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조카 행세를 하며 주민들에게 사기를 치고 돈을 뜯어낸 30대 남성이 보위부에 붙잡혔다.
2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북도 사리원 출신으로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한30대 남성 최모 씨가 지난 8일 삼지연시 보위부에 체포돼 현재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성(姓)이 최 씨라는 점을 이용해 자신이 최선희 외무상의 조카이며 현재 외무성에서 간부사업(인사)을 하는 부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돈 있는 주민들에게 접근해 자녀를 평양에 있는 대학에 입학시켜 주겠다거나 간부 임용에 힘써주겠다며 뇌물을 챙겨왔다.
최 씨가 이런 식의 사기 행각으로 벌어들인 돈만 1년에 6만 달러(한화 약 8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가 돈 있는 주민들의 지갑을 열게 한 수법은 단순했다. 번지르르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사기 쳐서 번 돈을 펑펑 쓰면서 간부나 돈 있는 주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감언이설로 속여 돈을 받아낸 것이다.
특히 최 씨는 간부의 운전사들에게도 돈을 주면서 이들을 이용해 지방의 여기저기를 호화롭게 돌아다니며 전국구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최 씨가 사기를 치며 돌아다닌 곳들은 기본 평양시와 국경 지역인 함경북도, 양강도, 그리고 함경남도 일대”라며 “이곳들에서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 말로 현혹시키며 돈벌이하다가 붙잡혔다”고 말했다.
실제 최 씨는 뇌물을 주고 청탁한 주민들이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닦달하면 연락을 끊고 활동 지역을 옮기는 식으로 사기 행각을 이어갔는데, 그런 그에게 분노한 몇몇 주민들이 그의 경력과 배경에 대해 뒷조사를 하면서 그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 씨는 지난달 양강도 삼지연시로 활동지를 옮기고 이곳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치며 뇌물을 챙겨왔다고 한다. 그러다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신고로 최 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던 보위부에 의해 체포됐다는 설명이다.
사기 사건에 보위부가 나선 것은 특별히 최 씨가 거주지가 아닌 양강도, 함경도 등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며 불법 월경(越境)을 시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보위부는 최 씨가 1년 동안이나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면서 사기를 치고 다닐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최선희라는 막강한 권력자의 조카라고 사칭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권력자를 뒷배로 두고 있으니 신고를 해도 처벌받지 않거나 오히려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주민들이 신고를 주저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 씨는 곧 양강도에서 그의 본래 거주지인 황해북도 사리원시로 호송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최 씨뿐만 아니라 그와 친밀하게 지내면서 그를 보증했던 주민들도 함께 수사 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게 된다고 한다”며 “그는 절대 가볍지 않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