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가 계속 뛰자 北 주민들 사이에 ‘화폐개혁설’ 솔솔

주민들 과거 화폐개혁 때와 비슷하다며 불안해 해…당국은 유언비어로 일축하며 강력 처벌 경고

2018년 10월께 촬영된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의 한 농촌마을 풍경. 한 장사꾼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면서 “화폐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화폐개혁과 관련된 발언을 유언비어로 치부하면서 강하게 통제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일부 주민들 사이에 ‘화폐교환(개혁)설’이 제기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평안남도 전체에 이와 관련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상태다.

현재 평안남도 주민들은 2009년 화폐개혁이 있기 전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화폐개혁 현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주민들은 최근 북한 당국이 현물 대신 현금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그 당시와 비슷하다며 수군대고 있다.

실제 이달 초 숙천군의 한 농장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난 뒤 농장원들에게 한 해 동안 일한 대가를 지급하면서 벼나 옥수수 같은 현물이 아니라 현금으로 분배돈(분배금)을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예년에 현물로 지급됐던 분배량과 비교하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시장 쌀값이 워낙 오른 데다 현물이 귀한 상태여서 현금을 받은 농장원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은 “2009년 화폐교환 전에도 농장원들이 낟알이 아닌 현금으로 분배돈을 받았다”며 “당시 농장원들은 평생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거액의 현금을 분배돈으로 받아 뜨거운 반응을 보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화폐교환이 이뤄져 국돈 가치가 폭락했고 농장원들이 받은 거액의 현금은 종잇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도 주민들이 많은 현금을 갖게 되면서 급속하게 물가가 상승해 돈 가치가 떨어졌는데 지금도 딱 그런 상황”이라며 “지금 현상이 그때를 방불케 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높다”고 했다.

다만 북한 당국은 주민들 사이에 화폐개혁설이 확산하자 이를 유언비어라고 일축하며 관련 발언을 하거나 유포한 자들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상태다.

보위·안전 기관도 “유언비어 유포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이적 행위”라며 정보원을 동원해 주민들의 사적 대화를 감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화폐개혁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은 사례도 최근 발생했다.

현금으로 분배를 받은 숙천군 농장의 한 농장원이 “과거에도 분배돈을 풀어서 계속 물가가 상승하고 돈 가치가 떨어지다가 화폐교환이 시작돼서 돈이 다 쓰레기가 됐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가 문제시돼 3개월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22일 평성시의 한 시장에서는 장사꾼들이 화폐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시장관리원에게 단속돼 “입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장사꾼은 시장관리원으로부터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한심한 소리를 입에 올리냐. 화폐교환할 거라고 입을 잘못 놀렸다가 총살당했다는 소문도 못 들어봤냐. 시장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그런 소리 다시는 입에 담지 말라’는 협박조의 훈시를 들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평안남도에서는 화폐개혁 가능성을 점치는 소문이 계속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장사하는 사람들은 계속 뛰는 환율과 물가 때문에 물건을 팔아도 손에 남는 돈이 없으니 이러다 정말 화폐교환을 또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대놓고 말은 못 해도 다들 곧 화폐교환을 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