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환율 쇼크] 환율 상승 이후 시장서 외화 쓰는 주민 多

달러·위안 환율 올해 초보다 2배가량 상승하자 시장 외화 통용 ↑…상인들 내화 결제 거부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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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환율 쇼크’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북한 시장에서 외화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북한 원·달러 환율은 올해 1월 8300원에서 11월 현재 1만 8100원까지 치솟았고, 북한 원·위안 환율은 1250원에서 2200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올해 초와 비교할 때 현재 달러 환율은 2.18배, 위안 환율은 1.76배 상승한 겁니다. 데일리NK는 이 같은 환율 급등이 북한 경제와 주민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그래픽=데일리NK

북한 시장에서 북한 원화 대비 달러 및 위안 환율이 올해 초보다 2배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북한 시장에서 외화 통용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환율이 지속 상승하면서 주민들의 외화 수요가 높아진 데다 시장에서 상인들도 외화 결제를 선호하고 있다. 환율이 오를수록 내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 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팔 때 북한 돈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돈대(환율)가 하루아침에도 몇백 원씩 오를 때가 있다”며 “국돈을 받을 때는 비(위안)가 1800이면 1900대로 높여서 값을 받는데, 하도 돈대가 오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북한 상인들이 내화를 받고 물건을 팔게 될 때 현재 위안 환율보다 조금 더 높은 환율로 값을 계산하는 이유는 빠르게 오르는 환율 상승분만큼의 환차손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평안북도 소식통도 “코로나로 국경봉쇄가 심할 때까지만 해도 쌀이나 강냉이(옥수수) 같은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물건을 국돈으로 샀지만, 지금은 비로 못 사는 게 없다”며 “파는 사람이 딸라(달러)나 비를 받으려고 하니 다들 외국돈을 쓴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 무역이 통제되면서 외화 수요가 하락해 북한 내부에서 환율이 하락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북한 시장에서 디달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현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다시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신의주나 의주 등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평안북도 지역의 경우 코로나로 국경이 봉쇄되기 전 밀수가 빈번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중국산 수입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을 사용하는 비율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

다만 국경과 인접하지 않은 농촌 마을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위안화로 쌀 같은 국내산 농산물을 사는 일이 흔치 않았다고 한다. 물론 과거에도 수입 공업품이나 중국산 식자재를 살 때 상인들이 외화를 선호해 달러나 위안으로 결제하기도 했으나 북한 내부에서 생산된 물품을 구매할 때는 내화를 사용하는 일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외화 환율이 폭등하면서 밀수가 이뤄지지 않는 평안북도 농촌 마을의 시장에서도 외화로 쌀이나 옥수수를 사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내화 가치는 하락하고 외화 가치는 지속 상승하면서 국내산 농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도 외화로 물건을 파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상인들이 의도적으로 내화를 받지 않은 경우도 흔해졌다. 채소나 음식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과거 내화를 받는 게 일상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구매자가 내화로 결제하려 하면 “국돈으로 거슬러 줄 돈이 없으니 비가 아니면 못 받는다”며 내화 결제를 거부하는 일도 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행위를 감시하는 시장 단속원들이 시장에서 달러나 위안으로 결제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있지지만, 북한 시장에서 외화 사용 비율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단속도 형식화되고 있다고 한다.

양강도 소식통은 “당장 먹고사는 일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단속한다고 해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면서 국돈으로 물건을 팔지는 않는다”며 “단속에 걸려도 뇌물 주면 넘어가는 데 바보처럼 국돈 받으면서 손해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시장 곳곳에 서있는 돈데꼬(환전상)들에게 내화를 외화로 환전하려는 주민들도 많아졌다. 시장에 북한 돈만 가지고 와서는 물건을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이 계속되면서 외화 통용이 확대되고 내부 외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광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달러를 통용하는 현상이 확대되면 북한 당국은 재정이나 자국 통화에 대한 정책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진다”며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화를 쓰도록 당국이 유도하거나 압박해도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다만 2009년 화폐개혁 때처럼 내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손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전자결제 시스템을 통해 외화를 흡수하고 이를 관리하는 상업은행을 다소 확대한 상태이기 때문에 2009년 화폐개혁 때보다는 통화 정책을 컨트롤하는 것이 조금 더 용이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의 외화 통용이 확대될수록 당국은 경제적 통제를 하기 어려워질 것”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