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와 모니터링 필요성이 지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에 공개처형과 비공개처형의 기준을 명확히 할 데 대한 1호 비준 과업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8일 “사법기관 처형 기준을 강화하고 비공개처형으로 제도화할 데 대한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비준 과업이 지난 13일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 산하 해당 법 기관들에 포치됐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처형이 공개 또는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공개처형은 체제 유지를 위해 주민들 속에 공포심을 조성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1호 비준 과업을 통해 북한은 공개처형과 비공개처형의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고, 중앙 및 지방 당 안전위원회에서 심의 기준을 강화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공개처형을 결정할 때 중앙의 포괄적 검토 없이 지방의 당 안전위원회 판단으로 빠르게 승인됐으나 앞으로는 중앙사법기관의 포괄적 비준과 강화된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특별한 사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처형은 비공개로 집행하고 이를 위한 비준 심의 부칙도 제정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이 책임지고 비준 과업의 철저한 집행을 감시, 감독하며 비정상적인 현상에 대해 묵과하지 말고 모든 보위, 안전기관들의 원칙적 집행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업은 실무 토의 기간을 거친 후 내달 1일부터 이를 정식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달 내로 공개 및 비공개처형의 기준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 일부 관련자들은 여전히 공개처형이 주민 통제에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어떤 보위원은 공개처형이 주민들을 각성시키기에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면서 ”또 법보다 원수님(김 위원장)의 말씀 한 마디에 생사가 갈린다는 인식은 바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1호 비준 과업은 지난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열린 유엔의 제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 이후 내려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UPR 심사에서 북한은 공개처형 관행을 인정했다. 사형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예외가 있을 수 있다면서다. 이는 북한이 체제 유지 및 주민 통제 수단으로 여전히 공개처형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북한은 2019년 제3차 UPR에 이어 이번 제4차 UPR에서도 흉악범의 경우, 피해자 가족들이 원하면 공개처형을 한다고 정당화했는데 이 비준 과업 지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공개처형 비판을 의식해 이를 줄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 법률분석관은 “1호 비준 과업에 피해자 가족 의사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유엔에서 피해자 가족을 운운하는 것이 핑계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며 “공개처형 결정 여부에 당 안전위원회 비준도 있다는 것이 확인된 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