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대표적 유희시설인 평양 미림승마구락부의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림승마구락부는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기엔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각은 이달 초 평안남도 평성시와 황해북도 사리원시 인민위원회에 평양 미림승마구락부 단체 견학에 대한 주민 의견 조사를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평성시와 사리원시 주민 의견 조사에 앞서 평양시에서도 지난달 말 내각의 지시에 따라 평양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림승마구락부 이용 현황에 대한 주민 조사가 이뤄졌는데, 평양시의 경우 각 구역에서 2개 동을 선택해 회람을 돌리는 방법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 결과 미림승미구락부를 이용해 본 주민은 전체 응답자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 대부분은 경제적 여력이 없어 여가를 누릴 만한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현재 미림승마구락부의 입장료는 10달러(한화 약 1만 4000원)이고, 1시간 승마 비용은 50달러(약 7만원)에 달한다. 50달러는 북한 시장에서 쌀 100kg을 훌쩍 넘게 살 수 있는 돈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
미림승마구락부는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들에게도 승마의 기회를 주겠다는 목적으로 2013년에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권력이 있는 간부나 돈주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미림승마구락부는 인민들의 여가 생활까지 생각해 주시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랑이 깃든 곳이지만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이 언제 말을 탈 생각을 하겠느냐”며 “이번 조사에는 동사무소나 직장에서 단체로 방문한다면 갈 의향이 있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단체로 간다고 내 돈이 안 드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북한 당국은 공장·기업소 등 조직에서 모범 인원을 선발해 금수산태양궁전, 미림승마구락부 등을 방문하는 평양 견학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단체 견학이라 할지라도 이용료는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먹고 사는 것이 전투인 요즘 세상에서 비싼 승마장 이용료를 내 돈 주고 내면서 다녀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지방에서 평양까지 가는 비용, 먹고 자는 비용은 또 어떻게 부담하겠느냐”고 되물었다.
당국이 미림승마구락부 이용을 확대하겠다며 이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일 자체가 주민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미림승마구락부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방문자를 늘리겠다고 하지만 비싼 이용료를 내리지 않는 한 어떤 정책을 써도 이용자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