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난 내몰린 北 주민들, 눈물 머금고 도시→농촌으로

"농촌으로의 이주가 하나의 생존 전략돼...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이것이 최선의 방법"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도시 주민들이 생활난으로 인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최근 함흥시에 살던 일부 주민들이 홍원군, 리원군 등 인근 군(郡)으로 이주하고 있다”면서 “도시에서 더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생계에 위협을 받아 농촌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흥시 주민들의 농촌 이주 현상은 지난달 말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농촌으로 이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상인들인데, 최근의 환율 상승과 물가 급등으로 하루 벌어 간신히 살아가던 상인들의 벌이가 줄어들면서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들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난방과 취사에 사용할 연료까지 준비해야 하는 더욱 절박한 환경에 내몰리게 됐고, 결국 그나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농촌으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함흥시 성천강구역의 한 인민반에서만 두 세대가 농촌으로 이주해 갔다”며 “한 세대는 집을 팔고 홍원군으로 갔고 한 세대는 집을 한 달 100~150위안에 세로 주고 락원군에 있는 친척 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 세대는 그 동네에서도 가장 어렵게 살았는데, 겨울이 당장 닥치는데 월동 준비를 못 하자 농촌으로 이주할 결심을 했다”면서 “홍원군이나 락원군은 바다가 있어 배들이 들어오면 그물에서 고기를 뜯거나 물고기를 종류별로 가르는 등의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에서 농촌에서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반대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농촌에 살면 대대로 농민으로 살아야 해 농촌 주민들은 자식들을 위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거주지를 시내로 옮기려고 노력하지, 시내에서 농촌으로 가려는 주민은 많지 않아 농촌으로의 거주 이동은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농촌에서 시내로 나오면 나왔지 시내에서 농촌으로 옮기는 세대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드물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과 생계 위협이 커지면서 농촌으로의 이주가 하나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촌으로 이주하면 자식들이 대대로 농민으로 살아가야 하는데도 당장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최선의 방법이 농촌으로의 이주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비단 함경남도뿐만이 아니라 평안남북도와 양강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소식통은 “도시에는 여전히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주민 세대들이 많은데, 대부분 자식이 농촌에서 평생 썩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악착같이 버티고 있다”며 “요즘 상인들은 ‘제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사 외우듯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