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살인 사건 발생했는데 수사 진전 없어…주민 불안↑

정치적 사안에만 열심이고 주민 불안 유발하는 치안 문제에는 소극적인 안전기관에 의견 내놓기도

북중국경에서 촬영한 북한 감시초소. 신고방법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신고 전화번호 안내에 분주소 전화번호도 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북한 평안남도 순천시에서 70대 초반의 노부부가 살해된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 사회 분위기가 흉흉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6일경 발생했으나 수사 기관이 한 달이 넘도록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살해된 노부부는 텃밭을 가꾸며 조용하게 생활해 온 평범한 주민들이었다고 한다.

이에 이웃 주민들은 이들이 살해됐다는 소식에 “근근이 농사를 지으며 궁핍하게 살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특별히 많은 재산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동네 주민들은 엄청난 재산이 아니라 고작 농산물을 가져가려고 살인을 저질렀다면 너무 무서운 일 아니냐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살인 사건 소식들이 자주 들리는데, 그것도 큰돈이나 값나가는 귀중품을 노리는 게 아닌 생계형 범행들이 많아 분위기가 더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순천시 안전부는 용의자 파악에 주력하는 중이지만, 이렇다 할 단서는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도둑질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추정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시 안전부는 과거 도둑질 이력이 있는 이들 중에 도둑질을 또 할 법한 대상들로 범위를 넓혀가면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에 주민들은 ‘요즘 세월에 도둑 아닌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르지 않겠나’라며 시 안전부의 행태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살인과 같은 중범죄에 최대 사형을 선고하고 공개처형이나 비공개처형을 집행해 단호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살인 사건은 지속 발생하고 범인 검거율도 낮아 주민들의 불안감은 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은 “요즘 도둑들은 들켜도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폭력을 쓰고 위협하니 살고 싶으면 도둑을 봐도 못 본 척하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할 정도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안전기관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 같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만 골몰하지 말고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강도나 살인과 같은 사건에 즉각적으로 나서고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정치사상적인 문제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단속하는 체계를 촘촘히 세워두고 있으면서도 즉시 대응을 해야 하는 강도나 살인 같은 치안 문제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며 “기껏해야 일이 저질러진 뒤 주변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탐문 수사나 하는 정도니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범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