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어머니날 분위기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극명하게 갈렸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19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 16일 어머니날을 맞는 가정들의 분위기가 경제 상황에 따라 매우 대조적이었다”면서 “부유한 가정들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좋게 어머니날을 보냈지만, 어려운 가정들은 눈물을 머금고 하루를 보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첫해인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에서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한 이후 북한에서는 매년 이날에 자식들이 어머니에게 꽃과 선물을 전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의 어머니들만큼 어깨에 많은 짐을 짊어지고 고생하는 여성들은 이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그런 고생을 자식들이 너무나 잘 알기에 ‘어머니날’에라도 잊지 않고 고마움을 전하는 것인데, 어머니들은 이날만큼은 자신들의 힘겨움을 알아주는 자식들 덕분에 큰 위로를 얻고 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6일 평성시의 한 50대 여성은 어머니날을 맞아 자식들과 함께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결혼한 아들이 며느리와 함께 찾아와 고맙다며 100달러가 든 돈봉투를 건네고 다 같이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은 것.
실제 이 여성은 “돈과 음식보다 고맙다는 인사에 가슴이 뭉클하고 그동안 자식을 키우며 힘들었던 날들이 다 잊혀지는 기분이었다”며 “평생 잊지 못할 날이었고 마음을 전하는 말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평성시의 또 다른 40대 여성도 어머니날 당일 자식에게서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았다. 그는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당일 아침 고급중학교(고등학교) 2학년생 아들이 “어머니날을 축하한다”며 꽃과 스카프을 선물로 줘 하루 종일 자식 키운 보람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고 기쁜 심정을 전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자식들이 고마움을 표하는 일이 적었는데 요즘에는 어린아이들부터 젊은이들까지 스스럼없이 감정을 표현하면서 부모들에게 선물을 한다”면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어떤 부모들에게는 큰 위로와 기쁨이 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상처가 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몇 가정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명절 못지않게 어머니날을 보낸 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에서는 어머니날을 부담으로 느끼며 불편한 하루를 보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생활난으로 선물을 마련할 여유가 안 되는 주민들은 어머니를 직접 찾아뵙지도, 선물을 드리지 못하고 그저 말로만 마음을 전하며 괴로워했다”면서 “빈손으로 어머니를 찾았다가 괜히 부담이라도 드릴까 차라리 찾아가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똑같은 날이라도 경제적 여력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천차만별”이라며 “경제적 상황이 일상적인 생활뿐 아니라 이런 특별한 날에도 여실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