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장철을 맞으며 배추, 무 등 김장 재료뿐만 아니라 김장 용기 등 관련 물품의 유통과 판매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김장철을 맞아 김장 관련 물자들의 유통이 활발한 가운데 구루마(손수레) 행렬이 줄을 짓고 있다”며 김장으로 들끓고 있는 내부 상황을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평안북도에서는 배추와 무 등 김장 재료들을 실은 손수레 행렬이 시장가와 도로에 줄을 잇고 있는데, 일부 주민들은 시장의 장사꾼들에게 넘겨지기 전에 재료들을 구하기 위해 도로들에 나가 기다리고 서있다가 사들이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올해 김치를 담그는데 드는 돈이 작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든다고 아우성치면서 시장을 거부하는 눈치”라며 “주민들은 어떻게 하나 재료들을 싸게 사려고 시장에 들어가는 길목에 서서 농촌에서 물건을 가져와 시장에 넘기려는 이들과 결탁해 재료들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불법 상행위로 문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인민위원회의 지시를 받은 규찰대들이 시장이 아닌 비공식적인 곳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는 불법이라면서 단속하고 바가지를 씌워 벌금을 받아내고 있으며, 이에 주민들은 규찰대원들의 눈을 피해 극도로 조심해서 재료들을 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평안북도에서는 생산이 멈춘 지 오래인 김장독 대신 신의주 등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50리터 용량의 두텁고 질긴 중국산 비닐 용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에서 생산된 크고 작은 여러 형태의 비닐 용기들도 평안북도에까지 유통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중국산 비닐 용기가 국내산 비닐 용기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질도 좋아 돈 많은 주민들이나 중국산 비닐 용기를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주민들은 1~2년밖에 못 쓰더라도 저렴한 국내산 비닐 용기를 구하려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내산 비닐 용기는 땅속에 묻으면 2년을 쓰기 어렵지만 당장 비싼 용기를 사기가 어려워 많은 주민이 값싼 국내산 비닐 용기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한편, 주민들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힘들게 담근 김치를 잘 건사하는 일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면서 근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기(북한)는 냉장고가 없는 집이 많아 대체로 밖에 창고를 두고 땅에 김장독을 박아 김치를 보관하는데, 올해 경제적인 형편이 안 돼 김장을 못한 세대들이 김치를 도둑질해 갈까 봐 염려하면서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