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안전부, 정보원들에 물자 공급해 주민 감시 활동 독려

탈북민 가족 감시 특별히 주문하며 5만원 상당 물자 전달…”후방사업 해주는데 일하는 시늉 내자”

2013년 8월 촬영된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북한 안전 당국이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안전소조원(정보원)들에게 물자를 지원하며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탈북민 가족이 북한 내 외부 정보 유입·전파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단속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안전국은 지난달 말 국경 지역인 혜산시 안전부에 탈북민 가족들에 대한 감시 강화와 불순분자 색출에 힘쓸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시 안전부는 해당 지시가 내려온 바로 다음 날 지역 담당 안전원들을 불러 놓고 정보원들의 역할을 높일 것을 강조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당시 회의에서 시 안전부 간부는 특별히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보원들이 수상한 외부인의 방문을 예의 주시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면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즉시 신고할 것을 의무화하라고 당부했다.

현재 북한 안전 당국은 내부에 외부 정보가 유입·유포되는 주요 요인으로 탈북민 가족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탈북자들이 여기(북한)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말이나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전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 특히 청년들은 그곳(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직접 소식을 듣는 탈북자 가족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환상을 갖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안전부는 탈북민 가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특히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담당 안전원들에게 보고하는 인민반 정보원들의 역할 증대를 꾀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시 안전부는 지역 담당 안전원들을 통해 모든 정보원에게 기름, 쌀, 샴푸 등 5만원 상당의 물품을 은밀히 전달하는 한편, 앞으로 실적을 올리는 경우 더 큰 포상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전언이다.

감시·보고·신고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범적인 정보원들은 별도의 표창과 상금 등을 받게 될 것이라며 독려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그동안 안전소조원들은 담당 안전원들이 실적을 내라고 하면 형식적으로 활동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물질적인 보수도 없을뿐더러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주변에 몇이나 되겠느냐는 인식이 주민들 속에 팽배한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과거 정보원들이 남다른 충성심과 애국심에 주민 감시에 적극적이었을지 몰라도 지금 정보원들은 기본 먹고살기 바쁜 데다 셈이 빨라 대가 없이 피곤한 일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안전소조원들의 이러한 태도를 안전부도 모르는 게 아니지만, 주민 감시를 하는 데서 그들의 역할이 크니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번 후방 물자 전달은 정보원에게도 담당 안전원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보원들로서는 일정 보상으로 동기 부여를 받고, 인민반 내 모든 일들을 수시로 장악할 수 없는 안전원들로서는 정보원들을 통해 동향을 낱낱이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실제로 물자를 받은 몇몇 안전소조원들은 ‘후방사업까지 해주는데 일하는 시늉은 내자’고 말하기도 한다”면서 “다만 물질적 보상이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는 터라 담당 안전원들은 탈북민 가족 감시와 불순분자 색출을 잘하면 더 큰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말로 안전소조원들을 독려하면서 이들을 통한 연말 실적 총화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