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지물에 바이러스 묻어 있다”며 경계 주문…빈축만 사

소식통 “진짜 바이러스 묻어 있다고 믿는 사람 없어…오히려 발견하면 운 좋다고 생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지난 16일 북한 국경 부근과 종심지역에 각종 정치선동 삐라와 물건들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게재했다. 이날 신문은 풍선이 전선이나 나무에 걸린 모습 등이 담긴 사진도 함께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주민들의 ‘적지물’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사상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적지물에 비루스(바이러스)가 묻어 있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오히려 이것이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샀다는 전언이다.

26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적지물과 관련한 당 조직의 정치사업자료가 개천시 내 공장·기업소와 인민반들에 내려졌다. 이에 따라 정치사업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상강연회가 조직별로 실시됐다.

강연회에서는 “날로 강해지는 우리(북한) 국가의 정치·군사적 위력에 위협을 느낀 적들이 우리 최고지도부의 권위를 훼손하려고 비열한 정치 선동 오물 살포에 광분하고 있다”며 “적지물에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 전염병 비루스를 묻혀서 우리 쪽으로 날려보내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에도 적지물에 관한 자료를 배포하고 주민들에게 “적지물 살포 책동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투쟁에 한 사람 같이 떨쳐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정치선동오물 살포 책동 짓부숴야”…’대적 투쟁’ 주문)

특히 북한은 지난달에 적지물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성 주장을 내놨지만, 이번에는 아예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고 확언하면서 주민들의 경각심 고취를 꾀했다.

강연회에서는 “적지물은 전염병 덩어리”라며 “적들이 우리 내부에 병균을 퍼뜨려 우리 사회주의를 무너뜨리려고 발광하고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강연회에 쓰인 정치사업자료에서 USB, SD카드 등 휴대용 저장장치를 적지물로 규정하면서 그 외 다른 물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나 쌀, 초코파이 등에 대해 언급할 경우 주민들이 되레 호기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강연회에서는 “이상한 비행 물체를 발견하면 절대로 접촉하지 말고 해당 지역 안전부와 보위기관에 제때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상품들이 밀매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즉시 신고하라”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또 “적지물을 발견했을 경우 혼자 처리하지 말고 반드시 조를 이뤄 함께 신고하고 처리하라”는 당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적지물에 바이러스가 묻어 있다”는 북한 당국의 주장에 코웃음을 쳤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진짜 비루스가 묻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여기(북한)에 없다”며 “오히려 남이 발견하기 전에, 아무도 못 봤을 때 발견하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대북풍선 안에 외화나 식품 같은 유용한 물건이 담겨 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이를 남몰래 먼저 발견하는 것을 호재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어떤 주민들은 불필요한 것들은 태우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을 몰래 가져와 쓰기도 한다”며 “한국 쌀이나 과자 같은 것을 맛본 사람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하는데 그래서 적지물이 살포됐다면 그 안에 뭐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