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집 소 훔친 男 2명 끝내 체포…6개월 노동단련형 받아

1만 위안 고리대로 빌려 소 샀는데 1500위안만 건져 빚더미…"살기 어려우니 도둑 계속 늘어나"

북한 양강도의 국경 마을.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소가 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보천군에서 소를 도둑질한 혐의로 체포된 2명의 남성이 6개월 노동단련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보천군 읍에서 개인 집 소를 훔쳐 달아났던 2명의 남성이 군 안전부에 체포됐다가 최근 노동단련대 6개월을 선고받았다”면서 “그들은 훔친 소를 죽여 고기로 팔아넘기다가 신고에 의해 붙잡혔다”고 전했다.

보천군 읍의 한 주민 세대가 이 남성들에게 소를 도둑맞은 건 지난 10월 중순경으로, 이 세대는 올봄에 고리대를 빌려 소를 샀다가 6개월 만에 도둑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농촌에서 농사짓는데 소라도 있으면 농사 짓기도 훨씬 편하고 봄이면 다른 세대의 밭갈이를 해주고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이 세대는 중국 돈 1만 위안(한화 약 193만 원)을 고리대로 빌려 소를 산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농촌에서는 트랙터 같은 기계로 농사를 짓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기계를 사용하려면 기본 연유(燃油)가 필요한데 주민들에게는 연유 비용이 큰 부담이라 경제적으로 크게 부담이 없는 소를 더 쓸모 있게 여긴다는 설명이다.

이에 보천군의 주민 세대도 고리대까지 빌려 소를 산 것이지만, 하룻밤 사이에 소를 도둑맞으면서 상황을 인지한 즉시 군 안전부에 신고했다는 전언이다. 주요 길목에 있는 10초소들에 사안이 통보되도록 해 소도둑이 군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소식통은 “보천군은 소문이 하루아침에 다 퍼질 정도로 좁아 군내에서 훔친 소를 판다는 것은 ‘날 잡아라’ 하는 것이나 같다”면서 “군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가서 소를 팔려면 어찌 됐든 초소를 통과해야 하고 그러면 쉽게 잡힐 수 있으니 도둑들은 소를 죽여 고기로 팔 계획을 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도둑들은 소를 훔치자마자 도축해 대부분은 혜산시 장마당 고기 장사꾼들에게 팔아넘겼고, 남은 고기는 집에서 먹기도 하고 군내에서 소량씩 팔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수상함을 느낀 한 주민의 신고로 군 안전부에 붙잡혔다.

군 안전부의 조사 결과 범행을 저지른 2명의 남성은 친척 관계로 밝혀졌고, 이들은 소를 훔친 후 둘 중 한 사람의 집 김치움에서 도축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소도둑들은 6개월 노동단련형을 선고받아 현재 단련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소를 도둑맞아 피해를 본 주민 세대는 1500위안(약 29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려 범인들의 집을 찾아가기도 했으나 모두 ‘사람 사는 집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심해 오히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여서 그냥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소를 도둑맞은 세대는 1만 위안 중 1500위안만 건져 나머지 8500위안에 고리대까지 더해 큰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상황”이라며 “살기 어려우니 도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그 피해를 당한 주민들도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