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장들의 가을 결산 분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일부 농장에서는 농장원들이 일년내 기울인 노력에 비해 너무 적은 몫을 분배받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데일리NK 북한 황해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연안군의 한 농장에서는 결산 분배를 두고 농장원과 분조장 간의 갈등이 격화됐다.
결산 분배는 농장원들에게 1년 동안 일한 대가를 출근율과 노력 공수에 따라 현물과 현금으로 나눠 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노력 공수는 농장원 개개인의 노동 일수와 강도를 계량화한 작업 실적으로, 공수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농장에서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통한다.
연안군 농장의 40대 중반 농장원 김모 씨(가명)는 가정의 생계를 위해 농장에 매일 출근하며 힘든 일을 도맡았기에 올해 가을 결산 분배에서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대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받은 분배량은 기대치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실제 그는 지난 15일에 있은 농장의 결산 분배에서 겉곡식으로 쌀 150kg, 옥수수 100kg, 밀 50kg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만 보면 총량은 300kg이지만, 껍질을 벗겨내면 결국 알곡의 실제 무게는 250kg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김 씨의 세 가족이 한 해 동안 먹고 살기에는 터무니없는 양이다.
소식통은 “김 씨는 아내가 텃밭에서 나오는 남새(채소)를 팔아 살림에 보태는 것 외에는 별다른 부업이 없어 가을 분배에서 1kg이라도 더 받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농장에 출근해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고 애썼다”며 “그래서 그는 올해 공수도 다른 사람의 2~3배에 해당하는 600공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120공수밖에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일한 만큼은 못 줘도 절반만이라도 줘야 하지 않느냐”며 분조장을 향해 대놓고 불만을 표출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그는 같은 분조에 속한 다른 한 농장원을 언급하며 “분조장과 친하니 맨날 심부름을 시킨다면서 시간을 줬는데, 일은 하지도 않고 공수는 나랑 똑같이 받았다”며 불공정한 처사에 격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 씨가 꼬집은 농장원은 비료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농기계 부속품을 대는 등 분조에 물질적으로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농번기에도 일주일에 2~3번만 출근하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도 김 씨와 비슷한 공수를 받았으니 김 씨 입장에서는 거세게 항의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하지만 분조장도 지지 않고 “규정대로 분배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의견을 부리지 말라는 식으로 김 씨를 깔아뭉갰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대로라면 김 씨 가족은 내년 3월쯤 절량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 먹을 게 없으면 돈이나 식량을 빌려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가을에 가서 갚을 능력이 안 돼 김 씨 같은 농장원들은 힘든 생활이 반복되고 더더욱 형편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니 뼈를 깎으면서 일하는 농장원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