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시가 북한판 OTT(Over The Top)인 ‘생활의 벗’ 이용 확대를 위해 통신케이블 설치 권유 움직임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특성상 외부 정보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큰 개성시 주민들의 북한 내부 콘텐츠 소비를 촉진해 사상 변질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데일리NK 개성시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시는 주민들의 ‘생활의 벗’ 이용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인민반을 통해 통신케이블이 설치돼 있지 않은 세대를 대상으로 설치 권유에 나섰다.
‘생활의 벗’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면 인트라넷을 사용해야 하고, 그러려면 통신케이블이 설치돼 있어야 하는 까닭에 설치 권유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실제 인민반 회의에서는 “국가가 까벨(케이블)을 설치해 줄 것이니 신청하라”는 언급이 있었으나 주민들은 “까벨 비용부터 땅 파기에 동원된 사람들의 후방사업도 신청자 개인이 다 해야 할 게 뻔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시에서 적극적으로 통신케이블 설치를 권유할 때 신청하면 주민 개개인이 체신소 등을 찾아다니며 사업할 필요가 없으니 사업비 정도는 아낄 수 있겠지만, 통신케이블 자재와 설치 인력 비용 등은 모두 자체로 부담해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생활의 벗’이 공개된 후 지금까지 그것의 필요성을 느낀 세대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체신소와 사업해 알아서들 까벨을 깔았다”며 “결국 현재까지 까벨을 깔지 않은 세대는 그만한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는 세대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체신소와 가까운 지역에 사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 차이도 있다”면서 “까벨을 까는데 거리마다 차이가 있어 운 좋게 자기 집 주변에 까벨이 지나가면 거기에 자기들 것을 연결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용을 훨씬 많이 들여 새로 깔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이번 개성시의 통신케이블 설치 권유를 두고 국가의 외부 콘텐츠 차단 정책과 맞물린 움직임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는 전언이다.
개성시는 한국과의 근접성으로 인해 외부 정보가 유입될 위험이 큰 지역으로 간주된다. 이 지역 주민들이 외부 라디오 방송 등을 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개성시를 중요한 정보 통제 지역으로 삼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북한 당국은 ‘생활의 벗’과 같은 내부 콘텐츠 이용 서비스를 확대해 개성시 주민들의 외부 콘텐츠 소비 욕구를 낮추고 주민들이 접하는 정보의 범위를 철저히 제한하려 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19년 영화열람기 ‘생활의 벗’을 처음 공개하고 콘텐츠의 다양화, 편의성 개선 등을 통해 이용자 확대를 모색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현재 ‘생활의 벗’에서 소개되는 영화들은 주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며 “청년들은 손전화(휴대전화)에서 ‘생활의 벗’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정에서 컴퓨터나 TV로 ‘생활의 벗’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