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데일리NK는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도하고자 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이 된 주민들이 해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억압된 채 인권을 유린 당하는 사례들을 수집·취재해 국제사회에 전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상황이 변화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게도 이른바 ‘3대 악법’(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국가 권력에 의해 주민들의 자유권이 철저히 차단되고 있는 셈이다.
데일리NK는 중국 내 수산물 가공공장을 면밀히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외부 정보 접근이 완벽히 차단된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북한 노동자) 숙소에서 한국 녹화물(영상물), 도서, 사진 등을 보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면서 “미국이나 일본 것도 안 되고 중국 것도 불순 내용이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내용이 포함됐다면 금지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이를 어기고 외부 콘텐츠를 보다 적발되면 북한 국내법과 해외 노동 생활 규정과 질서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노동자는 강제 귀국이라는 처분은 물론 조선(북한)에서 강한 총화를 받게 되고, 간부 역시 해임될 수 있다”고 했다. 노동자가 잘못하면 관리자도 같이 문제시하는 식의 일종의 연좌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강한 총화’는 통상 해외에 나갔다 들어온 인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적 조사 및 사상 검증을 보다 강도 높게 진행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외부 문물을 접했거나 유포한 사실이 있으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형이나 무기 노동교화형(무기징역)에 처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당국은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관련 교양을 치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외래문화를 무찌르자’라는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사상 무장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달 중순경부터 관련 교양 사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이 최근 개정 헌법에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면서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에 발맞춰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반한(反韓) 감정을 고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소식통은 “랴오닝(遼寧)성 둥강(東港)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조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달 중순 진행된 강연은 국가의 영원한 영토의 분명한 구획 분리 및 적대적 두 개 국가에 대한 사회역사적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면서 “한국과의 단절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의 사상을 단속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南 노래 흥얼거렸다고 3시간 연장 작업…’오빠’, ‘~님’ 호칭도 철저히 금지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게는 ‘괴뢰(한국을 비하하는 표현) 말투’ 사용을 금지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역시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랴오닝성 다롄(大連)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가 한국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비판서를 쓰고 약 한 달간 3시간 이상 연장작업을 하는 ‘노동교양’ 처분을 받았다.
‘오빠’, ‘~님’ 같은 호칭도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따른 금기사항인데, 실제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일터 내에서는 직책을 사용하고, 이름 뒤에 ‘동지’나 ‘동무’를 붙여 부르라는 지시가 지속 내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7월 랴오닝성 동항의 한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4명의 북한 노동자가 어딘가에서 들었던 한국 영화 내용을 이야기하며 ‘오빠’ 등 금기어를 내뱉었다가 국가계획분 외에 돈을 더 바치라는 처벌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북한 당국이 법(평양문화어보호법 제58조 괴뢰말투사용죄)으로 규정하고 있는 처벌 수준(최소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최대 무기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보다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일일이 중벌을 내릴 수 없을 만큼 이미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 한국식 말투가 널리 퍼져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중국 수산물 가공공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본국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하는 일도 철저한 통제하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조선 내 가족과의 통신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반드시 검열이 수반된다”며 “전화를 하려면 국제전화로 하거나 대사관 전화를 이용해야 하는데 사실상 거의 못 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