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곡물 가격이 천장이 뚫린 듯 급등하고 있다. 특히 평양과 평안북도 신의주 시장의 쌀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74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3일 조사 때 가격(6530원)과 비교하면 2주 만에 13.3%나 오른 것이다.
북한 쌀 가격이 2주만에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2월 중순 시장 곡물 공급이 감소하면서 평양 쌀 가격이 2주 만에 15.3% 뛰어오른 바 있다.
이 같은 시장 쌀 가격 급등세는 신의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7일 기준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7350원에 거래돼 직전 조사 때 가격(6580원)에서 2주 만에 11.7% 올랐다.
원인은 시장에 유통되는 쌀의 물량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직 올해 수확된 벼가 시장에 나오지 않아 계절적으로도 쌀 공급량이 부족한 시기인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예년에도 추수가 완전히 끝나고 시장에 햅쌀이 유통되기 시작하기 전인 11월 말까지 시장 쌀 가격이 다소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10월 말 시장 쌀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 혜산의 경우 지난 10월 중순에 이어 최근까지 시장 쌀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지난달 13일에 이어 27일에도 7000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조사 당시 평양과 신의주의 쌀 가격은 6000원대 중반에 형성돼 혜산의 쌀 가격이 3개 지역 중 가장 높았지만, 2주 만에 평양과 신의주 쌀 가격이 70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서면서 현재는 혜산 쌀 가격이 가장 낮다.
지역별로 쌀 가격 변동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지역마다 양곡판매소의 곡물 판매 상황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 당국은 시장 곡물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에 280여 개의 양곡판매소를 운영하면서 시장 가격보다 다소 저렴하게 쌀이나 강냉이(옥수수), 감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양곡판매소는 중앙이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 인민위원회가 개별적으로 곡물을 수급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판매 품목과 가격, 양, 횟수 등이 각이하다.
이에 미뤄 평양과 신의주 시장의 쌀 가격 급등세가 해당 지역 양곡판매소 운영 상황과도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보합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본보의 조사 결과 옥수수 가격은 10월 내내 3000원대 초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평양과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3000원에 거래돼 지난달 13일보다 각각 100원, 120원 하락하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북한 시장의 옥수수 가격이 다소 하락한 것은 올해 수확한 햇강냉이가 시장에 풀렸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다만 과거의 경우 옥수수 같은 대체 작물이 시장에 유통되면 쌀 가격도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났지만, 올해는 대체 식량 공급이 쌀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