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인민위원회 간부가 ‘간첩죄’로 긴급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간부는 탈북민 가족도 아니고 한국과의 연결고리도 전혀 없어 보위부가 간첩 누명을 씌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회령시 인민위원회 소속 50대 남성 간부 A씨가 퇴근 직전 사무실에서 도 보위국 보위원들에게 체포됐다.
한국에서 돈을 받고 국가 기밀을 유출하는 간첩 행위를 했다는 게 보위원들이 밝힌 체포 이유였으나 A씨를 아는 지인들은 그가 간첩 행위를 할 만한 인물도 아니고, 여건도 안 되며, 그럴 이유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씨가 탈북민 가족도 아니고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도 없어 한국이나 중국 등 외국에 연락망을 두고 내통할 사람이 아니라는 게 지인들의 평가다. 더욱이 A씨는 가정 형편이 좋은 편이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간첩 활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인들은 말하고 있다.
그는 인민위원회에서 회령시 내 지방산업공장을 관리·담당하는 직책을 맡고 있는데, 평소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 일꾼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인들은 A씨가 최근 술자리에서 당 정책을 비판하는 말을 한 것이 실질적인 체포 이유라 보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그가 공장 일꾼들과 술을 마시며 ‘지방경제를 발전시킨다면서 인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공장을 세우고 설비를 돌린다는 게 말이 되냐’, ‘20×10 정책 대상 단위로 선정되면 골치 아플거다’, ‘수해 복구도 사실상 다 인민들이 알아서 한 것 아니냐’, ‘아무리 자력갱생이라고 하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누군가 신고한 게 원인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런 그의 문제 발언은 실제 보위 기관 조사 기록에 적시됐다고 하는데 이 정도 발언은 친한 사람들과 술 한잔을 하면서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말”이라며 “아마도 술자리에 정보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도 보위국이 A씨의 간첩 행위를 입증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이른바 ‘말 반동’으로 체포된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도 보위국이 간첩죄 혐의로 A씨를 체포한 것은 워낙 많은 주민이 당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이를 체포 이유로 제시하면 주민들의 입을 막는 억압적인 조치라며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한국과 내통하며 정보를 유출한 것을 체포 이유로 들면 누구도 문제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 간부의 지인들은 ‘국가가 간부들의 정치사상적 동향을 장악할 목적으로 사건을 조작한 것 아니겠냐’고 말하면서도 혹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니 이를 막으려고 조금이라도 당 정책을 비판하는 말을 하면 없는 간첩죄를 들씌워 체포하는 일이 요새 부쩍 많아졌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