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농촌 살림집 건설 사업을 ‘농촌 진흥의 새 시대’로 홍보하며 주민들에게 주택의 가치를 부풀려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선전에 어이없어하며 콧방귀를 뀌고 있다는 전언이다.
1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벽성군 농장의 농장원들은 매일 아침 조회 시간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이 첨부된 자료를 반복 학습하고 있다.
자료는 지방발전 20×10 정책으로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삶을 살 날이 10년 이내에 도래할 것이라는 내용이 주인데, 여기에 전국 농촌 마을의 새집들이(입주) 소식이 덧붙여져 농장원들을 독려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료에는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지난해 9월 로씨야(러시아)를 방문하신 뒤 농촌 주택에 있어서는 우리(북한)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로 건설된 농촌 살림집들을 보고 너무나 만족스러워했고, “앞으로 우리 인민들이 다른 나라에 갈 때 열차를 타고 가게 하면서 다른 나라 농촌의 실태를 직접 볼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위원장이 실제 그런 발언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내용의 자료를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농촌 살림집 건설 사업을 띄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자료는 “우리 당이 평범한 농장원들에게 지어주는 주택은 러시아에서는 7만달러, 일본에서는 8만달러 정도 될 것”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농장원들은 이러한 선전에 대해 뒤돌아서 비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농장원들은 “새집들이 행사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 없는 우리가 당의 배려로 새 살림집에 들어가게 됐다’하는 식으로 말했다는데 정말 지겹고 듣기 싫다”, “우리가 한 게 왜 없냐, 1년 열두 달을 무보수 노동과 다름없는 일을 하지 않느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농장원들은 최소한의 자재로 지은 흙집을 7~8만 달러 정도 된다고 하는 것에 어처구니없고 황당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서 주택 수요는 시내에 집중돼 있다”며 “일반적으로 시내의 살림집 가격은 위치와 조건에 따라 2000딸라(달러)에서 2만딸라 수준이고, 농촌 지역 주택은 1000딸라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가로부터 그만큼 값어치 있는 주택을 제공받고 있다고 생각하게끔 하려는 것이지만, 정작 농장원들은 현실과 전혀 다른 가격으로 가치를 부풀려 선전하는 것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농장원들은 “아침마다 궁궐 같은 현대식 살림집이라고 찬양하는 내용을 듣는데, 물과 전기, 난방과 같은 기본적인 시설도 안 된 궁궐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뒤돌아 코웃음을 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온 군, 리가 달라붙어 노력을 동원하고 자재를 보장해 겉만 괜찮은 토피집(흙벽돌집)을 지어 놓고 연일 당과 수령 만세를 부르며 세상에 부럼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에 농촌 주민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7일 ‘날과 달을 이어 연일 펼쳐지는 사회주의 농촌의 천지개벽풍경’이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우리 당의 새로운 농촌혁명강령 실행의 세 번째 해인 올해에 들어와 현재까지 141개 시·군에서 4만 1600여 세대가 새집들이를 진행했다”며 “첫해와 두 번째 해의 같은 기간에 일떠선 농촌 마을들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