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두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을 발사했다. 북한은 ‘최종 완결판’, ‘초강력 공격수단’이라고 주장했지만,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이나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MIRV) 기술 등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러시아라는 뒷배를 두고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미사일총국이 전날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하에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성-19형은 최대 정점고도 7687.5km로 상승해 5156초(1시간 25분)간 1001.2km 거리를 비행한 후 동해 공해상에 탄착했다.
신문은 화성-19형이 “화성포-18형과 함께 운용하게 될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며 “제1의 핵심주력수단으로서의 사명과 임무를 맡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화성-19형은 기존 화성-18형보다 길이가 늘어났고, 비행시간이 1시간 25분에 달해 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했으며 정점고도 또한 1000km 이상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정상 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했는데, 고각 발사의 경우 비행거리가 최고 고도의 2~3배가 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화성-19형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 6000km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양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 전역을 포함해 남미를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이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또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 화염 색깔이나 형상으로 볼 때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ICBM의 핵심 기술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나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 기술을 개발했는지 여부는 이번 실험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ICBM 핵심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기술을 완성한 것처럼 과대 포장하고 있다”며 “화성-18형과 비슷한 사양을 가진 러시아의 토폴M의 사거리가 1만 1000km인데 북한이 1만 5000km 이상의 사거리를 날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화성-19형의 탄두 탑재부를 뭉툭하게 만들어 다탄두 탑재 능력을 시사하고 이를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이나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서 외형과 달리 탄두부 중량을 의도적으로 줄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화성-17형이나 화성-18형 때와 달리 실험 목적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는 화성-18형을 기반으로 한 사거리 연장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홍 연구위원은 “정상 각도로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이나 탄두의 목표 지향 비행, 다탄두 불리 및 방향 유지 등 ICBM의 고난도 핵심 기술을 북한이 확보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 이전을 염두하고 전략무기 과시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를 뒷배로 삼아 미완성의 ICBM을 최종 완결판이라 주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정말 원하는 것은 돈이나 물질적인 보상이 아니라 기술”이라며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을 결정했다는 것은 이미 이런 기술 이전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양 연구위원은 “북한은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이 종료되기 전까지 무조건 7차 핵실험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북한은 이전받은 무기 기술을 손에 쥐게 되면 언제든지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