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준비한다며 송금 브로커들에 돈 요구하는 北 보위원들

최근 사회통제 강화되면서는 눈 밖에 나 화를 입을까 두려워 보위원들 요구도 거절 못 해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보위원들이 월동 준비를 위해 송금 브로커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에서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는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요구하는 보위원들이 부쩍 늘어나 송금 브로커들이 ‘이달은 번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달’이라고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가을은 사계절 중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계절이라 불린다. 난방 및 취사용 땔감, 방풍용 자재를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김장도 해야 하는 등 겨울나기 준비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회령 등 북부 국경 지역은 북한 내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추워 더욱 철저히 월동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 보위원들이 겨울나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며 송금 브로커들을 찾아가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요새는 보위원들도 배급을 제대로 못 받는데 그 가족들은 장사도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보위원들은 그래서 송금 브로커 등 불법적인 일을 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권력을 행사해 돈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송금 브로커들 역시 보위원들과 조금이라도 사이가 틀어지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을 계기로 전쟁이 임박한 듯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보위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열 번 중 한 번 못 해주면 보위원들의 눈에 잘못 나서 피해를 보는 일들이 많으니 오죽하면 ‘법관들은 얼굴엔 철판을 깔고 심장은 2개’라는 말까지 있겠느냐”며 “불법 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버는 사람들에 비하면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수입이 높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커 법관들과 관계를 잘 맺으려고 하는데, 요즘처럼 누구라 할 것 없이 돈이 필요한 시기에는 경제적 부담도 그만큼 가중된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에서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는 40대 주민은 “요즘은 얼굴을 한 번 익힌 보위원까지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한다. 버는 돈은 쥐꼬리만큼인데 나가는 돈은 소머리만 하니 어이없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자신의 상황을 토로했다.

이 주민은 “그래도 칼자루(권력)를 쥔 사람들이라 요구를 거부하면 언제든 복수를 당해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1000원(위안)을 요구하면 웃으며 반을 주는 식으로 하고 있다”며 “그들(보위원)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비위까지 맞춰줘야 하니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50대 송금 브로커는 “요즘 겨울 준비를 해야 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며 500원(위안) 이상 요구하는 보위원들이 평소에 비해 2~3배 늘어났다”며 “이제는 문 두드리는 소리만 들어도 숨고 싶어질 정도”라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같이 정세가 긴장한 시기에 잘못 걸려들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올 게 뻔하니 안 해줄 수도 없다. 이때는 내 자식을 잘 먹이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없으면 꿔서라도 해줘야 후에 탈이 없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