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북녘] 철책선 전진 배치공사…北 DMZ 폭 좁아져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가능성은 없다’라고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선언하였으며, 또 최근 헌법마저도 개정해서 한국을 적대 국가로 명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차단, 지뢰 매설, 대전차 방호벽 설치에 이어 급기야는 남북 간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면서 남북 육로를 완전 단절하는 조처까지 취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위성사진에서 비무장지대(DMZ) 중부 및 동부 구역에서 북한이 철책선을 전진 배치하려고 휴전선(군사분계선) 가까이 전술도로를 바짝 붙여서 새로 건설하는 공사가 포착됐다. 중부와 동부 합쳐서 총 16.6km의 신규 철책선 건설공사가 파악된 것인데, 향후 비무장지대 전역으로 확장돼 서부까지 연결돼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종국에는 북한 철책선이 바로 휴전선이 되면서 북측 DMZ 구역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위성사진은 유럽우주청(ESA)이 운영하는 인공위성이 촬영한 센티넬-2A/2B 영상을 활용해서 분석했다. 중부 DMZ에서는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 고지 앞 일대에서 11.2km 신규 철책선 도로 공사가, 동부 DMZ에서는 강원도 인제군 펀치볼전투의 854고지 전방에서 5.4km 철책선 도로 공사가 포착됐다.

70년 가까이 인간의 접근이 제한돼 온 비무장지대는 강하천의 수생 곤충과 어류를 포함한 동식물 생태계의 보고로 인식돼 통일 이후에도 별도 구간은 지속 보존돼야 한다는 주장과 학술연구가 국내외 여러 환경단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진행돼왔다. 그런데, 북한이 남북 군사정전협정을 위반하고 금번 철책선을 휴전선 가까이 전진 배치하려는 도발 행위는 장차 북측 DMZ 구간이 사라질 수도 있는 생태계 위기의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다.

DMZ 철책 남하 신규공사 강원도 철원군

강원도 중부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이 철책선을 휴전선 가까이 깊숙이 내려 설치하는 전술도로 공사상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사진=센티넬-2A/2B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비무장지대 내 화살머리 고지 전방 일대에서 북한이 철책 방어선인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을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가까이 바짝 접근해서 설치하는 전술도로 공사상황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 27일 남북 군사정전협정 당시 휴전선인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2km씩 총 4km의 비무장 완충구역으로 설정한 구간이다. 휴전선 길이는 155마일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길이는 148마일(238km)이라고 한다.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이 당초 설정한 1차 북방한계선에서 DMZ 안으로 일방적으로 1km여 정도를 침범해 들어와서 2차 북방한계선을 설치하고 지금껏 운영해 왔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다시 800~900여 m를 더 침범해 들어와 3차 북방한계선을 설치하려는 신규 전술도로 공사상황이 포착된 것이다. 6월 20일 위성사진을 보면, 3차 철책선 도로가 군사분계선과 평행해서 3.9km 길이로 조성된 것이 확인된다. 우측 위성사진에서는 9월 말에 접어들면서 남서 방향으로 전술도로가 7.3km 더 연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총길이는 11.2km이며, 3차 북방한계선이 DMZ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설치된 것이다. 신규 철책선 전술도로는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곳은 60m까지 인접한 것으로 파악되며, 장차 비무장지대 전역으로 건설공사가 확대돼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화살머리 고지 전투는 한국 전쟁 당시 우리 국군 및 미군의 보병사단과 프랑스 대대가 중공 군대에 맞서서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치열하게 뺏고 뺏기며 싸운 고지 선점 쟁탈전이었다.

DMZ 철책 남하 신규공사 강원도 양구군

강원도 동부 비무장지대에서도 북한 철책선이 군사분계선 15m 앞까지 내려와서 전술도로를 새로 개설하는 공사가 최근 위성사진에서 포착됐다. 북측 DMZ 구역이 점차 좁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센티넬-2A/2B

비무장지대 동부 구간도 북한 철책선이 DMZ 안 깊숙이 남하해 들어와 전진 배치되는 도로 공사 상황이 최근 위성사진에서 파악됐다.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에서 한국 전쟁 당시 펀치볼 전투로 유명한 854고지 전방 북측 구역이 공사 구간이다. 북한이 DMZ 철책선을 남쪽으로 내리고 군사분계선에 가까이 붙여서 전술도로를 새로 건설하는 것이다.

북한은 원래 설정됐던 1차 북방한계선에서 DMZ 안으로 1.4km를 침입해 들어와서 2차 철책선을 설치했고, 10월 13일 위성사진을 보면, 또다시 860m를 전진해 들어와서 3차 철책선(3.4km 길이)을 건설하는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철책선 도로 공사는 동북 방향으로 1.2km가 연장됐고, 아래 남서 방향으로 760m가 늘어나 총 5.4km 길이로 조성된 것이 위성사진에서 식별된다. 3차 철책선 도로 공사는 비무장지대 전역으로 지속 연장돼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곳은 15m까지 접근해서 전술도로가 건설되고 있다.

펀치볼 전투는 한국 전쟁 당시 강원도 양구군 해안분지 북쪽 능선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치러진 전투였으며,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해병 제1연대와 미 해병 제1사단을 포함한 유엔군이 인근 고지를 연달아 점령함으로써 일대 능선 장악에 성공한 아군 승리의 전투였다.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연이은 고지전 승리로 오늘날 남한 지도가 동쪽은 전쟁 이전보다 38도선 이북으로 전진해 올라가서 휴전선이 그어졌고, 우리 영토가 넓어지는 빛나는 성과가 이룩된 것이다. 꽃다운 나이에 전쟁터에서 스러져간 국내외 당시 젊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에 삼가 애도와 감사를 올린다.

DMZ 반쪽짜리 운명?

북한 3차 철책선 설치공사는 휴전선인 군사분계선과 짧은 것은 15m에 불과할 정도로 거리가 가까운 곳도 있다. 공사가 DMZ 전역으로 확대돼 나간다면, 북측 DMZ는 폭이 점차 좁아질 것이다. 비무장 완충구역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군사 휴전 협정까지도 무시하는 북한 정권의 독단적 고집 일탈 행위가 빚어내는 소산이라 생각된다. 북한 철책선 공사가 진행돼 북측 DMZ가 점차 좁혀지고 종국에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귀중한 역사적 생태계 자산을 잃는 것이 될 수 있다.

DMZ는 지난 70년 가까운 세월을 사람 접근을 제한하고 통제 및 보존되어왔다. 그 결과 DMZ가 강하천 곤충과 물고기를 포함한 동식물의 생태계 보고로 세계적으로도 환경 보존적 가치가 널리 인정돼왔다. 남북통일 이후 DMZ 활용 방안에 대해서 국내외 여러 환경 및 학술단체에서는 일부 구간을 국제적 유산으로 남겨 지속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관련 연구가 진행돼왔다. DMZ는 북측 구간이 좁혀지고 사라지게 된다면, 종국에는 남측 구간만 남게 되는 반쪽짜리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정성학 AND센터 위성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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